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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치과 8곳 왜 갔지?…수상한 의료쇼핑, 중국인도 1024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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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환자가 의료쇼핑에서 처방받은 약이 잔뜩 쌓여있다. 중앙포토

한 환자가 의료쇼핑에서 처방받은 약이 잔뜩 쌓여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수도권에 사는 40대 남성은 서울·인천·경기 지역 치과 의료기관 166군데를 다녔다. 치과의원 152곳, 치과병원 10곳, 종합병원 4곳을 갔다. 166곳의 치과에 200회 방문했다. 일부 치과만 두세 번 갔고, 대부분 새로운 데를 찾아다녔다. 어떤 날은 하루에 여덟 군데를 돌았다. 그의 질환명은 만성 치주염. 이를 둘러싼 조직의 염증을 말한다. 치과에서 파노라마 영상을 찍었고, 치석 제거 등의 치료를 받았다.

 이 남성의 '의료 쇼핑'은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2021 방문의료기관 상위 10위' 환자를 뽑았고, 이 남성이 가장 많은 병원을 간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8곳을 갔을 때 영상진단 9회, 통증 진찰, 치주낭 측정검사 등을 했다. 그는 지난해 437만원의 건보 재정을 썼다. 홍수연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은 "치주염 치료를 받으려고 이렇게 많은 의료기관을 갈 수는 없다. 의료 쇼핑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환자를 거부할 수도 없다. 의원 입장에서도 싫어하는 환자"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 환자가 상업적 목적에서 비급여 의료 정보를 모으기 위해 의료 쇼핑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세부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음으로 많은 의료기관을 방문한 사람은 경기도의 20대 남성 복합통증증후군 환자이다. 지난해 141군데, 571회 방문했다. 이 환자는 거주지를 벗어나 서울·대전·충남·대구·경북·전북·광주 등 전국의 종합병원과 중소병원을 주로 다녔다. 인천·제주·세종을 제외한 시도의 큰 병원을 방문했다.

 어떤 환자는 지난해 3700번 넘게 주사를 맞기도했다. 40대 후반의 남성 통증 환자는 지난해 42개 의료기관에서 1989번 진료를 받았다. 하루 평균 5.4곳을 방문했다. 1년간 4188개 의료행위가 이뤄졌는데, 이 중 89%가 주사였다. 해열·진통·소염제, 항히스타민제, 국소마취제 등의 주사를 맞았다. 건강보험공단이 이 환자에게 캐물었더니 "통증이 생기면 병원 가서 주사를 맞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환자는 지난해 364일 병원에 갔다. 하루 빼고, 주말·공휴일·명절 등에도 갔다. 2018, 2019년에는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연간 150회 이상 외래진료를 받은 환자는 18만9224명이다. 여기에는 1232명의 외국인이 포함돼 있고, 이 중 1024명은 중국인이다. 18만9224명이 1조9604억원의 건보 재정을 썼다. 외국인은 170억원을 썼다. 150회 이상 외래 방문 환자 수는 2012년 이후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런데 외국인은 2012년 357명, 2017년 713명, 2020년 1033명으로 매년 증가한다. 지난해 500번 넘게 외래진료를 받은 사람만도 532명에 달한다. 이 중 중국인 2명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노인들이 외래진료를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번 복지부 조사에서는 상위 10위 환자 중 68세, 69세 노인 2명 외 나머지는 10~60대 초반이었다. 7명은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 상위 10명은 침·물리치료·주사 등의 진료를 많이 받았다.

 연간 500회 이상 외래진료를 받은 532명은 어느 진료 과목에 많이 갔을까. 침구과·한방내과 등의 한의원이 1, 2위를 차지했다. 한의원에서 침과 물리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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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의료 쇼핑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 법적 근거가 없다. 의료기관이 이런 환자를 거부했다가는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기껏해야 건보공단이 "과다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안내문을 발송할 뿐이다. 지난해 7월, 올 4, 8월 발송했다.

 2003~2005년에는 연간 방문횟수를 365회로 제한했다. 당시 환자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지적을 받고 없던 일이 됐다.

 이번에 복지부가 칼을 뽑을 태세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이용 횟수가 많은 사람이 이듬해 이용을 제한하거나 실손보험이 환자 부담금을 내주는 게 문제가 있어 어떻게 보완할지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복지부는 또 의료기관이 환자 부담금을 할인하는 경우가 없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의료 이용 제한 기준선은 사회적 논의 후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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