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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비대위 구성 뒤 거취 표명”…선수습 후사퇴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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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정회된 후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정회된 후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이 30일 의원총회에서 ‘비상 상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당헌 개정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6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급제동이 걸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복원하고, 다음 달 9일 추석 연휴 전까지 비대위를 띄우겠다는 복안이다. 사퇴 요구가 빗발쳤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대위 출범까지 상황을 직접 수습한 뒤 사실상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거취 논란도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점심식사를 위한 두 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네 시간 동안 ‘마라톤 의총’을 열었다.

먼저 쟁점이 된 건 비대위 출범 요건인 ‘비상 상황’을 규정한 당헌 제96조 1항의 개정 방향이었다. 법원은 지난 26일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정지하면서 현행 당헌을 근거로 “당이 비상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당헌 제96조 1항은 ‘당 대표의 궐위 또는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를 비대위 출범 요건으로 규정하는데, 법원은 일부 최고위원 사퇴 및 원내대표의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최고위 기능 상실’로 보지 않았다. 이에 의총에서는 ‘최고위 기능 상실’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의 사퇴’ 등으로 구체화하는 개정안이 논의됐다. “개정 당헌을 통해 비대위를 꾸리면 법원이 다시 제동을 걸 수 없다”는 논리였다.

개정안의 찬성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건 꼼수”라는 반박이 다수 제기됐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안철수 의원은 “규정을 바꾸는 방법으로 자꾸 비대위를 하려고 하면 국민 입장에서는 법원과 싸운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고 주장했다. “개정 당헌은 최고위원들이 합심해 대표를 몰아낼 수 있는 구조”라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의총장 밖에서는 판사 출신인 최재형 의원이 국민의힘 자문 변호사와 30여 분간 전화로 개정안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 의원은 “이런 방법으로 당헌·당규를 바꿔서는 해결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개정안 마련을 주도한 유상범 의원은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갈등은 이날 의총의 공식 안건이 아니었던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더 커졌다. 조경태(5선)·홍문표·윤상현·서병수(4선)·안철수(3선) 의원 등 중진 그룹이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원인 제공자인 권 원내대표가 즉각 물러나는 게 국민과 당원을 위한 책임 정치”(조 의원)라는 주장이었다.

반면에 성일종·이양수 등 복수의 재선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지금 물러나면 대체 어떤 대안이 있느냐. 비대위 출범 후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충분히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의총장 밖에서 딴소리를 하는 의원들은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해 일부 중진 의원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초·재선 의원들은 의총 뒤에도 “일부 중진 의원이 대안도 없이 당을 흔드는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권 원내대표가 비공개 의총에서 “새 비대위가 구성되고 나면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고 밝힌 걸 다수 의원들이 ‘선(先) 수습-후(後) 사퇴’ 뜻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거취 문제는 의총에서 사실상 매듭지어졌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을 수습하고 난 이후에 거취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이 굉장히 많은 다수였다”고 전했다.

이날 여권에선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만나 만찬을 하며 수습책을 논의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권 원내대표 등은 “이 문제로 윤 대통령과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여권에선 “전화든, 대면으로든 소통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일부 의원에게 ‘신년 하례회에선 새로운 지도부를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전날 당헌 개정을 위해 필요한 전국위원회를 소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서병수 전국위 의장은 의총 직후 “(당헌 개정안 내용을) 생각을 좀 해서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의원총회나 전국위 관련 어떤 안건도 의원들에게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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