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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차기총리 유력 리즈 트러스 "中, 안보에 위협…러와 비슷"

중앙일보

입력

영국의 차기 총리 유력 후보인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중국을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는 외교정책 개편안을 내놨다. 경쟁 상대인 리시 수낵 재무장관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한편, 보리스 존슨 현 총리보다 중국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예고로 풀이된다.

영국 차기 총리 후보 리즈 트러스가 지난 23일 버밍엄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차기 총리 후보 리즈 트러스가 지난 23일 버밍엄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트러스 장관은 자신이 총리가 되면 외교정책을 개편할 것이라면서, 향후 10년간 영국의 외교와 국방 우선순위를 명시했다. 트러스의 개편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급격한 위협’으로, 중국은 러시아와 유사한 ‘위협’ 국가로 분류됐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발간한 ‘안보·국방·개발 및 외교 정책에 대한 통합 검토’에서는 중국을 ‘체계적인 경쟁국’으로 지목했다. 당시 영국은 “중국이 (영국의) 번영과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관행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도, 경제에 대해서는 “중국과 교류하고 중국의 무역과 투자에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더타임스는 트러스 장관의 대(對) 중국 전략이 기존보다 더 강경해진 이유는 중국과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영국 재무부의 노력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더타임스가 입수한 47쪽 분량의 재무부 유출 문서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는 올해 중국과 무역 연결을 강화하는 새로운 경제 협정에 서명을 앞두고 있었다.

협정의 주요 내용은 런던 증권 거래소에 중국 기업을 자유롭게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중국 기업이 영국에서 위안화 부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런던이 중국의 ‘선도적인 역외 허브’ 역할을 한다는 내용 등이다. 해당 협정은 영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취소됐다.

이를 추진한 당시 재무장관이 현재 차기 총리 경선에서 트러스 장관의 라이벌인 리시 수낵이다. 더타임스는 “수낵이 총리 경선 과정에서 중국을 ‘영국의 가장 크고 장기적 위협’이라고 경고하지만, 그와 재무부는 중국과 유대를 강화하는 무역협정 서명 직전 단계까지 와 있었다”고 지적했다.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지난 23일 영국 버밍엄의 보수당 지도부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지난 23일 영국 버밍엄의 보수당 지도부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러스 캠프 관계자는 “트러스는 (수낵과 달리) 외무장관으로서 중국에 대한 강경론을 견지해왔고, 총리가 된 뒤에도 계속 매파적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은 지난해 9월 미국·호주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3자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했는데, 당시 트러스가 외무장관으로서 서명했다.

또 트러스 장관은 주요 7개국(G7) 및 기타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에 반대하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대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행사에 참석해 “중국이 (일대일로 등) 경제적 강압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군사력을 키우다보면, 대만 침공과 같은 파국적 오판을 하게 될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캠프의 관계자는 “(트러스가 총리가 되면) 중국과 더 이상 경제적 파트너십은 없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더타임스는 “이는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 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영국을 국빈 방문한 이후 유지돼온 양국 관계에 대한 극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트러스 장관의 외교정책 개편안에 대해 “관심없다”고 일축했다. SCMP에 따르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영국 보수당 지도부 경쟁에 관심이 없다”면서 “영국 정치인들에게 중국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라고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무책임한 얘기이며, 영국 자체의 문제에 대한 해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러스 장관이 차기 총리에 오를 경우 그는 마거릿 대처(1979~1990)와 테리사 메이(2016~2019)에 이어 역대 3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영국은 집권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이 자동으로 총리가 된다. 현 집권당인 보수당의 당 대표 선거는 당원 16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우편으로 진행 중이며 다음달 2일 마감된다. 차기 총리는 같은 달 5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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