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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에 “회담하자” 文엔 “지지층 같아” 이재명은 무엇을 노리나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29일 처음 주재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전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 이어, 연이틀 영수회담을 주요 의제로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생 앞에 여야와 정쟁이 있을 수 있겠나”라며 “현재 민생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 권리당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77.77%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한 그는 당선 뒤엔 '민생'을 자주 입에 올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첫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첫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李, 연이틀 “영수회담 하자”…‘민생’ 고리로 야당 리더십 부각

이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에 앞서 국민을 향해 90도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회의 내내 “민생 앞에선 여야 정쟁이 있을 수 없다”, “민생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와, 윤 대통령이 성공하길 바란다. 그 성공이 결국 국민의 더 나은 삶의 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협력할 건 철저히 협력하고 먼저 나서야 할 땐 나서겠다”고도 했다.

이 의원 측에선 거듭된 회담 제안 이유를 민생과 연결지었다. 이 대표가 이날 ‘1호 지시사항’으로 당에 민생경제위기 대책기구 마련을 주문한 것처럼, 거듭된 회담 제안도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쟁을 뒤로 미루고 민생 우선을 원칙으로 둔 결과라는 주장이다.

 회담 성사에 대비해 주요 의제도 민생 관련 이슈로 정해뒀다고 한다. 법정 최고이자율을 어긴 금전 계약의 경우 이자 관련 계약 조항을 무효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이 대표가 지난달 발의한 ‘불법 사채 방지법’과 최근 폭락한 쌀값 대책 문제도 포함돼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신임 지도부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첫 회의에 앞서 국민과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신임 지도부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첫 회의에 앞서 국민과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생 때문"이라는 주변의 설명과 달리 이 대표의 제안엔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을 것이란 분석이 특히 여당 측에서 나오고 있다. 소위 '사법리스크'로 불리는 이 대표 관련 수사 문제가 회담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 등 본인을 향한 검ㆍ경의 수사를 “심각한 정치개입이자 국기 문란”으로 규정해왔다. 이와관련,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자신이 받고 있는 수사에 대한 견해나 불만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의 요청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야당과의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왜 지금 우리가 이 대표를 1 대 1로 만나줘야 하느냐”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나란히 앉은 모습을 연출하는 것 자체가 이 대표에게 방탄복을 입혀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문 정당 만들자”…내부적으론 통합 다지며 당력 집중

외부적으론 민생을 강조하며 회담을 제안한 이 대표는 이날 당 내부적으론 '통합'을 주요 화두로 올렸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 회의와 국회 상임위(국방위) 일정을 마치자마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를 방문했다. 문 전 대통령 예방 일정은 “예비경선 때부터 타진”(이 대표 측 관계자)했을 정도로, 이 대표가 신경 쓴 부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날 1시간가량 문 전 대통령을 비공개로 면담한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이) 축하한다는 덕담과 민주당이 앞으로 갈 길에 대해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박성준 대변인에 따르면 면담장에선 당 내 계파 문제와 관련된 대화도 나왔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룹과 저를 지지하는 그룹이 같다”고 운을 뗐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99%가 '우리가 같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있는데, 1% 정도가 앙금이 있는 거 같다”며 “그래도 정치는 1%를 품고 가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당이 더 확장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대화 속에 한 최고위원이 “친명 그룹과 친문 그룹이 같다”며 “‘명(明)’자와 ‘문(文)’자를 따서 ‘명문 정당’을 만드는 게 바로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웃으며 공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제공

‘처럼회’ 인사 배제…당직 인선도 통합·실용 우선 

이 대표 측 핵심 의원은 “이 의원의 달라진 모습을 보려면 향후 당직 인선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측근 초선 의원은 “지난 대선 때 경선에서 본선으로 넘어가며 실용 인사를 했듯이, 이번 당직 인선도 사무총장 정도를 제외하곤 ‘충성도’보단 ‘실용’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 측은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세론’에 앞장섰던 강경파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주요 당직 인선에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이 대표의 ‘민생·실용’ 노선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제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법안 처리 시한이 코 앞에 다가온 정부의 1주택자 종부세 부담 완화 정책에 ‘이재명의 민주당’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부자 감세 조항을 들어내는 게 맞지만, 과도한 부담을 깎아주는 것도 맞다”며 “법안 내용을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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