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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따봉'여파일까…'이준석 사태' 내심 안드러내는 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준석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원론적 답변을 하며 말을 아겼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준석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원론적 답변을 하며 말을 아겼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난했던 ‘체리 따봉’ 문자 공개의 여파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사태’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과거에도 “당무엔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었지만, 이번엔 내심까지도 드러내지 않으려는 조심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에선 “여의도에서 윤심(尹心)을 파는 이들을 경계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준석 사태' 말 아끼는 尹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의 완승으로 끝난 법원의 가처분 신청(26일) 결정 뒤 첫 도어스테핑이 있던 29일 ‘이준석 사태’에 대한 질문에 “우리 당의 의원과 당원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이면 존중하는 게 맞다”며 “치열한 토론을 통해 당과 국가의 장래를 위한 합리적인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내부 감찰과 인적 쇄신에 대해선 “대통령실이라고 하는 곳은 국민에게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유능한 집단이 되어야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힌 것과는 대조되는 입장 표명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단과의 브리핑에서도 “당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이 권성동 원내대표를 신임한 결과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냐”는 질문에 “어려운 부분인데 앞서 전달 드린 원론적 입장 외에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당의 혼란 상황에 대한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의 분란이 대통령 지지율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구심점을 할 사람마저 안 보인다”며 답답해 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서울암사종합시장과 대구 서문시장을 이틀에 걸쳐 방문했다. 대통령이 한 주에 재래시장을 연속해 찾는 건 전례가 드물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매주 민생 현장을 찾고 있다. 그런데도 지지율은 여전히 20~30%대를 횡보하고 있다. 대구·경북(TK)과 6070세대에서 올라가면 2030세대에서 빠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메시지. 국회사진기자단.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메시지.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6일 발표된 갤럽조사(23~25일 1001명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은 2주 전과 비교해 6070세대에서 긍정평가가 각각 10%포인트씩 올랐다. 하지만 2030세대에선 역으로 부정평가가 각각 6%포인트와 2%포인트 상승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이 장기화하며 2030 세대의 지지율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발표된 리얼미터(22~26일 2513명 조사)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주 연속 상승해 33.6%를 기록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의 분란이 계속되는 한 지지율은 20~30%대를 횡보할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진 않는 모습이었다.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더 큰 혼란”

대통령실은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당 문제에 입장을 밝히거나 개입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제2의 ‘체리 따봉’ 사태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가 없어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당의 혼란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면서도 “대통령실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순간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태가 정리될 때까지 민생에 집중하며 기다리는 방법밖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른바 윤심 논란에 대해선 “과거엔 이심·박심·문심을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다.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2022 대구 북구 떡볶이 페스티벌' 행사장을 찾아 시민들과 사진을 찍으며 V자를 그리고 있다. 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2022 대구 북구 떡볶이 페스티벌' 행사장을 찾아 시민들과 사진을 찍으며 V자를 그리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은 추석 전까지 당과 거리를 두며 민생 행보와 사회적 약자와 동행에 집중하겠단 방침이다. 여권 관계자는 “추석 밥상 민심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이미 추석 전까지 강행군에 가깝게 빡빡한 일정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잇따라 극단선택을 한 보육원 출신 청년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상급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싶고, 일자리를 얻고 싶고, 안정된 주거지를 갖고자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바람이 꺾여서는 안 된다”며 “국가가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의 심정으로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와 관련해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약자에 손을 내미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의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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