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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오직 천연가스만 탐내지"…알제리 찾은 마크롱 욕설 세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알제리 서부 도시 오랑을 방문해 현지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알제리 서부 도시 오랑을 방문해 현지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북아프리카 알제리 방문에서 현지 국민에게 환영받지 못하며 굴욕당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알제리 방문 마지막 날인 27일 서부 도시 오랑을 방문해 현지 시민들을 만났다. 수많은 인파가 그를 둘러싸고 연신 환호하는 17초 분량의 영상이 마크롱 귀국 직후 그의 트위터에 올라왔다. 영상에서 알제리 시민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앞다퉈 악수를 청하며 환영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후 프랑스 언론인 제레미 트로탱이 공개한 2분짜리 영상 속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영상 초반 마크롱 대통령을 반기던 대중들이 시간이 흐르자 욕설을 퍼부으며 적대적인 태도로 돌변한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영상 속 알제리 국민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표면상으론 과거사 청산을 목적으로 알제리를 찾았다고 밝히지만, 실상은 천연가스 확보라는 본심을 숨기고 있다며 분노했다. 그들은 "마크롱은 오직 '가스', 단 한 가지만을 원한다" "프랑스가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려 한다" "프랑스는 우리에게 상당한 피해를 끼쳤기 때문에 (가스 공급에) 반대한다" 등 적대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마크롱 대통령이 27일 알제리 서부 도시 오랑을 방문해 유명 레코드 샵 '디스코 마그레브'를 찾았다. AF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이 27일 알제리 서부 도시 오랑을 방문해 유명 레코드 샵 '디스코 마그레브'를 찾았다. AFP=연합뉴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끝까지 대중을 향해 환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손인사를 건넸다. 대치 상황이 고조하자 프랑스 대통령실 경호팀은 마크롱 대통령을 서둘러 차량으로 피신시켰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더타임스는 "알제리와의 외교 관계를 회복하려는 마크롱의 노력에 차질이 생겼다"고 전했다.

프랑스 야당 공화당의 차기 대표 유력 후보인 에릭 시오티는 "프랑스에게 얼마나 굴욕적인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프랑스 대통령실은 "이번 방문은 성공적이었다"면서 "시민들이 악수하려고 밀치면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 일정을 단축했다"고 해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7일 양국의 미래 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위한 새 협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사흘간의 알제리 방문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알제리 독립전쟁 참전용사비를 참배하고, 식민지 과거사 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식민통치 과거사를 정리하는 데 적극 나섰다. 알제리는 132년간 프랑스의 과거 식민지였다. 올해는 알제리가 프랑스를 상대로 8년간의 독립전쟁 끝에 해방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7일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과 회담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7일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과 회담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문제는 프랑스 측의 이러한 관계 개선 시도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과 중단 위협 속에 유럽 국가들이 대체재를 찾는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식민통치 이전 알제리의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알제리 측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다만 프랑스 대통령실은 천연가스가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제재에 보복성으로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량을 줄이며 유럽에선 올겨울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알제리는 러시아·노르웨이와 함께 유럽 3대 천연가스 공급국으로 최근 이탈리아와 추가 공급 계약을 맺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알제리는 프랑스 가스의 8%를 공급 중이다.

일각에선 프랑스가 이 가스 공급량의 50%를 늘리는 내용으로 협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알제리와 가스 공급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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