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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업체와 손잡은 틱톡…왜 1등 아닌 2등 기업 택했나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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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숏폼 콘텐츠(15∼60초 분량의 짧은 영상)’만으로는 틱톡을 설명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틱톡은 이미 의·식·주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 플랫폼에 담고 있다. 최근 틱톡은 ‘식(食)’ 분야의 완벽한 승기를 잡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진 비쥬얼 차이나]

[사진 비쥬얼 차이나]

최근 틱톡(抖音·Tictok)이 중국 대표 온라인 음식 배달 플랫폼 ‘어러머(餓了麽)’와 협력한다고 밝혔다. 틱톡 플랫폼에 어러머가 미니 프로그램 형식으로 탑재될 예정이며, 사용자는 영상을 보며 음식 주문이 가능해진다. 틱톡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 6억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제공을 할 예정이다.

틱톡 CEO 장난(张楠)은 “틱톡의 개방형 플랫폼은 협력사와 고객을 연결하는 중요한 가교 구실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어러머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들도 더욱 다양한 정보와 상품, 서비스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직 양측의 구체적 협력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자상거래 차원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두 기업이 일상생활 부문에서 어떻게 동맹을 맺게 될지 지켜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둔 곳이 있다. 바로 중국의 인터넷 공룡이자 1위 배달 업체 기업, '메이퇀(美團)'이다.

[사진 AFP 연합뉴스]

[사진 AFP 연합뉴스]

중국 배달업계는 메이퇀과 어러머, 두 기업이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성적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2022년 메이퇀 및 산업사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메이퇀의 2020년 1분기 시장점유율은 67.8%로 거의 70%에 육박했다. 어러머는 26.2%를 차지하며 2위에 안착했다. 어러머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7월 이후로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메이퇀의 연간 사용자는 6억 9100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1인당 연평균 35.8회 메이퇀을 이용했다. 또 880만 개의 업체가 메이퇀에 입점해있다. 2021년 어러머의 연간 사용자는 2억 6천만 명, 130만 개의 업체가 입점해있다.

메이퇀의 매출은 어러머의 3배에 이른다. 메이퇀은 지난해 중국 당국의 과징금 부과로 순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137.9% 늘었지만, 매출은 1년 전보다 30.6% 증가한 495억 위안(약 9조 479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나 이용자 수, 시장 점유율 순에서 메이퇀에 뒤처지는 어러머가 어떻게 틱톡과 만나게 된 걸까.

틱톡과 어러머의 협력, 결국 알리바바-텐센트의 싸움?

현재 중국의 인터넷 트래픽 양상을 보면 크게 텐센트가 ‘위챗’이라는 소셜네트워크의 트래픽 풀을, 알리바바는 ‘타오바오, 알리익스프레스’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 트래픽 풀을, 바이트댄스는 ‘틱톡’이라는 대형 콘텐츠 트래픽 풀을 보유하고 있다. 각 사는 각자의 데이터 풀을 공유, 개방하지 않는다. 중국의 양대 빅테크 기업으로 어깨를 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알리바바와 텐센트간의 견제는 당연지사지만, 어쩐지 바이트댄스에도 개방하지 않는다는 점은 텐센트가 바이트댄스 역시 경쟁 업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다.

어러머의 전략적 사명은 메이퇀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는 것이다. 어러머(餓了么)는 현재 알리바바 그룹이 완전히 인수한 상태다. 텐센트는 메이퇀 지분의 17%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다. 달리 보면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배달 분야에서도 경쟁 선상에 있는 셈이며, 틱톡과 어러머의 협업은 알리바바가 바이트댄스와 손을 잡은 격이다. 전문가들은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분야에선 경쟁 상대지만 일상 서비스 제공 분야는 두 기업의 핵심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알리바바를 등에 업고 있는 어러머지만 이들에게 부족한 건 결국 자본이 아닌 트래픽이다. 메이퇀은 이미 텐센트의 위챗페이 오프라인 외식 시장 점유율 1위 협력사가 됐으며 이를 통해 방대한 트래픽 풀을 구축했다. 틱톡과의 제휴로 트래픽을 모으고 틱톡의 전자상거래 모델을 차용하는 것은 결국 어러머, 더 나아가 알리바바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진 바이두]

[사진 바이두]

틱톡은 왜 어러머를 택했을까. 1등 기업 메이퇀은 이미 텐센트와 손잡았다. 2위일지라도 어러머는 완벽한 오프라인 배송 기능을 갖췄다. 틱톡은 방대한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배송 기능이 부족하다. 이 둘의 협력은 당연하다는 결과다.

2021년 말 각종 중국 매체는 바이트댄스의 틱톡 사업 수익이 성장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틱톡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 라이브 커머스 기반 온라인 쇼핑몰, 本地生活(생활 O2O 서비스)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광고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았던 틱톡이 실적 한도에 직면했고, 결국 생활 O2O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틱톡은 지난해부터 희차, KFC등 유명 외식 브랜드와 제휴를 맺어  ‘심쿵 배달’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역시 틱톡 앱 내 미니 프로그램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알파테스트를 거친 후 종적을 감췄다. 또 지난 7월 틱톡은 ‘공동구매 배송’ 기능을 내세워 배달 시장에 재진출했다. 틱톡 생활서비스 관계자는 “상점과 사용자의 실수요를 고려해 공동구매 상품의 배송 서비스를 개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아직 테스트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활 O2O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모델은 완전한 차이가 있다. 생활 서비스 구축을 위해선 물류 배송과 배달 체인이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어야 하며 현지 라이더의 지원이 필요하다. 더욱이 고정 자산 투자를 작게 운영하는 ‘경자산(轻资产)’ 구조 기반의 틱톡은 물류 네트워크와 인건비를 모두 자체적으로 가져가는 중자산(重资产) 구조를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삼자와의 협력이 필연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사진 비쥬얼 차이나]

[사진 비쥬얼 차이나]

시장조사 업체 아이리서치(iReserch·艾瑞諮詢)에 따르면 2020년 19조 5000억 위안 규모였던 중국 현지 생활서비스 시장은 2025년 35조 3000억 위안으로 증가해 5년간 연평균 12.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온라인 음식, 온라인 공동구매 등 새로운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생활 서비스의 온라인 침투율도 2020년 24.3%에서 2025년 30.8%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달 이용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1년 배달 이용자 규모는 5억 4400만 명으로, 이는 전국 15~60대 인구의 58.4%에 해당한다. 해당 인구는 배달의 주력이 되는 고객층이다. 2025년엔 15~60대 가입자 비율이 72.6%까지 높아지고, 배달 가입자 수는 6억 62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숏폼 및 라이브 방송, 온라인 배달은 미래에도 큰 파이를 가질 수 있는 비즈니스 분야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틱톡과 어러머의 협력과 혁신이 새로운 성장 경로를 여는 데 큰 기회라고 보았다. 상하이재경대학 추이리리(崔麗麗) 상임이사는 “틱톡의 생활 서비스 확장은 엄청난 트래픽을 유치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며, 어러머는 틱톡의 숏폼이나 라이브 방송을 활용하면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쉽고 구매를 촉진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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