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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NFT에서 손 떼는 텐센트, 이번에도 규제 탓?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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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산하 NFT 거래 플랫폼 환허(幻核)가 설립 1년 만에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는다. 환허 측 발표에 따르면, 환허는 2022년 8월 16일부로 NFT 신규 발행을 중단한다. 이미 발행된 NFT는 소유자가 계속 보유하거나 환허에 환급을 요청할 수 있다. 환허의 사업 중단은 중국 NFT 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환허는 텐센트의 플랫폼 및 콘텐츠 사업부(Platform and Content Group, 이하 ‘PCG’)에서 내부 인큐베이팅을 통해 만든 디지털 소장품* 거래 플랫폼이다. 지난해 8월 앱 출시와 동시에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지털 소장품: NFT의 중국 내 명칭. 중국은 가상화폐의 채굴과 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토큰)와 관련이 없다는 의미에서 ‘NFT’ 대신 ‘디지털 소장품(數字藏品)’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디지털 소장품은 가상화폐로 구매할 수 없고, 위안화 또는 디지털 위안화로만 구매할 수 있다.

환허 [사진 liqu]

환허 [사진 liqu]

중국 최초이자 최대 NFT 거래 플랫폼이었던 환허는 출범 초기부터 세간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환허가 처음 발행한 디지털 소장품 ‘스싼야오(十三邀)’는 판매 시작과 동시에 완판을 기록했다.

자체 발행한 디지털 소장품 외에도, 환허는 여러 아티스트, 브랜드와의 활발한 IP 합작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소장품을 선보였다. 또한 AR(증강현실)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응용해 '환허 체험관'이라는 디지털 쇼룸도 운영했다. 타이메이티(鈦媒體)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환허에서 판매된 디지털 소장품의 누적 거래액은 8000만 위안(약 156억 원)에 달한다.

중국 NFT 시장을 선도했던 환허가 출범 1년 만에 문을 닫는다. 현지에서는 그간의 신호들을 통해 환허의 사업 중단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지난 5월, 텐센트는 텐센트 뉴스(騰訊新聞) 책임자를 PCG 사업부로 이동 배치해 환허의 업무를 맡겼다. 이후 텐센트 뉴스는 7월부터 앱(APP) 내 디지털 소장품 판매 서비스를 중단했다. 무엇보다 환허는 이번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지난달 8일을 끝으로 신규 NFT를 발행하지 않았다.

중국 최초이자 최대 NFT 거래 플랫폼인 ‘환허’, 오픈한 지 이제 겨우 1년 됐는데… 왜 문 닫을까?

환허는 ‘판매 부진’과 ‘규제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던 것으로 보인다. 환허의 디지털 소장품은 최근 들어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재경E법(財經E法)에 따르면, 지난 6월과 7월 환허가 발행한 10종의 디지털 소장품 시리즈 중 완판된 시리즈는 2종에 불과하다.

환허는 플랫폼에서 발행한 디지털 소장품의 2차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2차 거래 시장이 부재한 탓에, 구매자들은 디지털 수집품으로 수익을 낼 기회를 얻지 못한다. 중국에서 디지털 소장품은 결국 ‘본인만 감상할 수 있는 3D 그래픽’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환허의 2차 거래 금지 조치는 투기성 행위를 막는 데는 성공했으나, 디지털 소장품의 구매 매력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환허는 판매 부진을 타개할 방안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NFT 규제에 대한 리스크 역시 환허가 문을 닫는데 한몫했다. 가상화폐와 달리 중국 정부는 아직 NFT를 완전히 규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NFT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은 점점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중국인터넷금융협회, 중국은행업협회, 중국증권업협회는 NFT의 금융화 및 증권화 경향을 단호히 억제하겠다는 내용의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니셔티브의 골자는 증권·보험·대출 등에 NFT를 못쓰게 하고, NFT 거래 전 실명 인증을 통해 자금세탁 같은 불법 행위를 막는다는 것이다.

이후 6월에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포함한 중국 내 30여 개 기업∙기관이 디지털 소장품 산업을 자율적으로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NFT 시장을 손볼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기업들이 선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텐센트, 중국 NFT 시장에서 아예 손 뗄까?

환허의 이번 행보를 놓고, 많은 이들이 텐센트가 사실상 NFT 사업을 접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정부의 규제 압박이 점점 커지자, 텐센트가 선제로 NFT 시장에서 발을 뺐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텐센트를 시작으로 중국 NFT 시장에 뛰어들었던 빅 테크 기업들이 하나둘씩 발을 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반대편에선 텐센트가 완전히 NFT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텐센트가 당국의 규제 압박을 못 이기고 환허를 철수했다기 보다, 환허가 텐센트의 현 상황과 수지 타산에 맞지 않아 없어졌다는 것이다.

타이메이티는 텐센트의 PCG 사업부 내부에는 ‘게이트 리뷰(Gate Review) 메커니즘’이 가동돼 신규 사업이 기대에 못 미치면 가차 없이 중단되거나 조정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환허는 목표했던 투자수익률과 매출, 이용자 규모 등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환허의 NFT 신규 발행은 중단됐지만, 텐센트 내 NFT 관련 사업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타이메이티와 이브룬(ebrun) 등 현지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텐센트 내부에서 또 다른 디지털 소장품 관련 사업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텐센트가 B2C보다는 B2B 사업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 소장품 시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한편, 텐센트는 올해 2분기 어닝 쇼크에 가까운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텐센트는 2022년도 2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텐센트의 매출은 1340억 위안(약 25조 9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86억 위안(약 3조 59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줄었다. 텐센트의 분기별 매출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텐센트는 대외적으로는 정부 규제에 순응하며, 대내적으로는 원가절감을 위해 비핵심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텐센트는 안정성을 1위로 추구하기에, 불확실성이 난무하고 성장이 더딘 환허를 포기하는 것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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