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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대통령 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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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현주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현주 금융팀 기자

최현주 금융팀 기자

경호는 무리가 생기고 우두머리가 등장하면서부터 있었다. 우두머리에 대한 신변의 위협은 측근들에겐 자신의 몰락이나 죽음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그를 보호해야 했다. 고조선 등 국가가 형성된 후엔 대개 군사조직에서 왕을 호위했다.

고려 후기 궁중 경호만 담당하는 최초의 경호기관인 순군만호부가 등장했다. 현재 같은 대통령 경호실이 등장한 건 1963년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다. 별도 독립기관인데다 수장인 경호실장은 장관급이었다. 전 세계에 독립된 대통령 직속 경호실이 있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 정도다. 대개 경찰에서 경호를 맡는다.

대통령과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특성상 경호실장은 정권마다 핵심 실세로 꼽혔다. 군사정권 시절엔 ‘소통령’으로 불리며 기세가 대단했다. 군사정권이 막을 내린 후엔 권력 남용, 부정 축재 등으로 질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비선실세인 최서원(옛 최순실) 등을 ‘보안 손님’으로 구분해 검문·기록 없이 청와대 출입을 허용해 국정농단 사태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대통령 경호처(실)가 요즘 또다시 죽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3개월여 만에 경호처장 경질설까지 나왔다. 대통령 일정·사진이 ‘사적인 경로’로 유출되는 잇단 보안사고 때문이다. 지난 24일 김건희 여사 팬클럽 SNS에 “윤석열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8월 28일 12시 방문입니다”는 글이 게재됐다. 대통령 동선은 보안업무규정상 2급 비밀이다. 공무원이 2급 비밀을 유출하면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이 석 달 전에도 있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집무실과 용산 청사 잔디밭에서 반려견과 찍은 사진들이 팬클럽 SNS에 게재됐다. 취임 사흘 후엔 ‘국정 내조’를 한다며 김 여사가 만들었다는 샌드위치를 먹는 회의 참석자들의 사진이 나왔었다. 대통령실 청사 안에선 언론의 사진 촬영조차 엄격하게 통제되는데 말이다.

대통령 경호처가 유출자를 알아내긴 어렵지 않을 테다. 윤 대통령 일정이나 사진을 올린 사람에게 입수 경로를 확인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석 달 전에도, 지금도 ‘알아보고 있다’는 두루뭉술 태도다. 사적인 경로로 유출된 정보를 보며 전 정권의 ‘보안 손님’이 떠오르는 게 기우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