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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이혼이 유일한 꿈”…세계인 무관심 속 방치된 아프간 소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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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아순타 찰스 아프가니스탄월드비전 회장

아순타 찰스 아프가니스탄월드비전 회장

“이혼이 저의 유일한 꿈이에요.” 꿈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아프가니스탄 아동 파리다의 대답은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파리다의 아버지는 빚을 갚기 위해 지참금을 받는 조건으로 딸을 결혼시켰다. 당시 파리다는 7세였고, 결혼한 남성은 파리다 또래의 손자를 두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동은 어른이 되어 하고 싶은 일들을 꿈꾸며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아프가니스탄에는 파리다와 같은 수많은 아동이 단지 이혼을 꿈꾸거나 어린 시절을 되찾고 싶어한다. 극심한 빈곤에 처한 아프가니스탄의 부모들은 파리다의 경우처럼 자녀에게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지구 상 최악의 인도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월드비전 사업이 진행되는 헤라트(Herat), 파르야브(Faryab), 바드기스(Badgis), 고르(Ghor) 4개 지역의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 ‘위기에 처한 아프가니스탄 아동’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가구는 하루 1달러 이하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남자 아동 4명 중 3명, 여자 아동 2명 중 1명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느라 학교에 다닐 수 없고, 아동 53%는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있다.

40년간 진행된 분쟁, 불안정한 안보 상황, 경제적 위기, 자연 재난, 기후 위기, 코로나19 등 복합적 요인이 발생하며 아프가니스탄에 재앙적·인도적 위기를 초래했다. 특히 1년 전 정권 교체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개발 원조가 중단되자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공공지출의 80%가 해외 원조로 이루어졌기에, 원조의 중단은 경제 위기와 공공 서비스 및 은행 시스템 붕괴를 초래했다. 물가 상승으로 주민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올해 아프가니스탄 인구 97%가 빈곤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 아동의 외침에 무관심하다. 어린 시절을 조혼·노동·영양실조·사망의 위협으로 가득 채운 아프가니스탄 아동을 보호하고, 삶의 회복과 발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이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나는 지난 21년간 월드비전이 지키고자 한 것은 아동들이 가진 꿈과 잠재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야말로 아프가니스탄이 가진 희망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도 아프가니스탄 아동에게서 같은 희망을 발견하길 간절히 바란다.

아순타 찰스 아프가니스탄월드비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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