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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수출' 아시아 눈독 들이는 러시아…"30% 할인 제안도"

중앙일보

입력

지나 12일 러시아 연해주 항구도시 나호드카 해안에 자리잡은 코즈미노 원유터미널의 모습. 러시아는 최근 서방 제재를 피해 아시아로 석유 수출을 늘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나 12일 러시아 연해주 항구도시 나호드카 해안에 자리잡은 코즈미노 원유터미널의 모습. 러시아는 최근 서방 제재를 피해 아시아로 석유 수출을 늘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연료유(Fuel Oil) 제품에 대해 금수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러시아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본격 판로 모색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석유중개업계 관계자 등을 인용해 러시아가 선박을 이용해 아시아로 연료유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아시아를 대상으로 원유(Crude Oil)가격에 대해 "30% 할인"을 내세우며 판촉에 나섰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러시아에서 네덜란드·에스토니아로 선적된 연료유는 제로를 기록했다. 지난달엔 각각 36만5000t과 17만t을 선적했다.

반면 이달 러시아 항구에서 실려 싱가포르로 간 연료유는 35만t을 기록했다. 지난 6~7월 싱가포르 수출은 전혀 없었다. 또 그리스 칼라마타 항 인근에서 해상환적(Ship to Ship, STS) 방식으로 수출된 러시아산 연료유는 100만t으로 지난달보다 25% 늘었다.

앞서 지난달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EU의 연료유 금수 조치가 당초 예정인 내년 2월보다 반년 앞당겨져 이달 10일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U의 금수 조치는 세관에서 사용하는 '결합명명법(CN)' 코드를 기반으로 하는데, 연료유는 석탄 금지에 적용하는 코드 중 하나인 '2707(방향 성분이 비방향 성분의 중량을 초과하는 유사 제품)' 코드가 적용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원유를 정제한 제품은 다른 CN 코드(2710)를 갖지만, 연료유는 거의 50%를 초과하는 방향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EU는 이달 22일부터 러시아산 석탄 금수 조치를 결정했다. 한 중개업자는 로이터에 "2707 코드는 꽤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원유에 대해서도 장기 계약을 할 경우 "최대 30% 할인" 제안을 내놓고 있다. 한 서방 당국자는 블룸버그에 "러시아는 주요 7개국(G7)이 추진 중인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을 타개할 목적으로 이런 제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G7은 원유 금수 조치가 시행되는 오는 12월 5일부터 가격 상한제를 고려 중이다. 원유 수입을 막아도 이로 인해 가격이 폭등한다면 제재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산디아가 우노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장관도 최근 SNS에 "러시아가 국제 시장가격보다 30% 낮은 가격에 원유를 팔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해당 제안을 검토했으나, "(러시아 원유를 수입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수 조치에도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원유 수입국이 이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서방의 가격 상한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달 초 "G7 국가들만 합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파트너로 필요한 다른 국가들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아시아 국가 중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나라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때문에 윌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이 최근 인도를 방문하는 등 아시아 국가를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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