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58·사법연수원 23기)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 조승우·방윤섭·김현순)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관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목적지에 도착한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잠시 멈춘 택시에서 기사를 폭행한 것은 교통사고를 유발해 제 3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감경받기 위해 증거인멸 교사까지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택시기사 폭행의 피해가 크지 않았고 피해자의 용서를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6일 밤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잠들었다가 자택 인근에 도착해 기사가 깨우려고 하자 택시기사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며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직후 택시 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차관은 이후 기사에게 1000만원을 건넸지만, 이는 합의금일 뿐 영상 삭제의 대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신고를 접수한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며 이 전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해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았다.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를 폭행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을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이 전 차관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당초 이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가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했다. 이후 이 전 차관이 2020년 차관직에 임명된 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며 재수사가 진행됐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5월 차관직에서 물러났고, 검찰은 같은 해 9월 형법상 폭행죄가 아닌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로 이 전 차관을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