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라면 1년만에, 새우깡 6개월만에 또 가격 올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지난 상반기에 이어 국내 주요 가공식품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이 또다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원재룟값이 훌쩍 뛰어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울상을 짓지만 일각에선 “과장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농심은 다음 달 15일부터 라면 26종, 스낵 23종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고 밝혔다. 라면 가격 인상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만, 스낵 가격 인상은 올해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출고가격 기준으로 신라면은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꿀꽈배기 5.9%가 인상된다. 이에 신라면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봉지당 평균 736원에서 820원으로, 새우깡은 1100원에서 118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hy(옛 한국야쿠르트)도 다음 달 1일부터 가격을 인상한다. 하루 150만 개 넘게 팔리는 야쿠르트 라이트는 200원에서 220원으로, 쿠퍼스 프리미엄은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오른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 인상도 줄을 잇고 있다. 맥도날드는 25일부터 주요 메뉴 가격을 평균 4.8% 인상한다. 대표 메뉴인 ‘빅맥’ 단품은 4600원에서 4900원으로 오른다. 앞서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도 18일부터 40여 종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5.5%(약 268원) 올렸다. 도미노피자는 지난 12일 피자 26종 가격을 일괄 인상했다. 라지 사이즈 피자는 1000원, 미디움은 500원씩 올랐다.

이들 업체는 가격 인상 이유로 원재료 가격 상승을 가장 먼저 꼽는다. 농심 측은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심화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2분기 이후 소맥분·전분 등 국내 협력업체의 원자재 납품가를 인상하면서 제조원가 부담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농심은 앞서 올해 2분기 국내 영업이익이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고 공시했다. 해외 실적을 포함한 영업이익은 43억원임에도 국내 기준 적자를 강조하자, 업계에선 가격 인상을 위한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았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hy는 “원당·포장재 등 원부자재와 함께 물류비,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원가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노브랜드버거 측은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소고기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정부의 할당관세 적용에 따라 일부 부담이 줄어든 반면 밀가루·식용유 등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4%, 55.6%씩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비용구조 개혁 없이 원가 인상분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맥도날드는 지난 2월 30개 제품 가격을 평균 2.8% 인상했는데 6개월 만에 또다시 가격을 올렸다. 도미노피자도 지난 1월에 이어 7개월 만에 1000원을 올렸다.

이 가운데 주요 곡물 수입 가격이 올해 4분기부터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8.6% 하락한 140.9를 기록했다.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 대기업들은 인상 요인이 생기면 재빠르게 가격에 반영하고, 반대의 경우 꿈쩍도 안 하는 게 사실”이라며 “기업은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소비자 신뢰를 얻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