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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감독·천만배우도 흥행 참패…한산·헌트와 이게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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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 용의 출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한산 : 용의 출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익숙한 재미가 통했다.’
올여름 극장가의 흥행 코드는 이렇게 압축된다.
‘외계+인’1부(7월 20일 개봉), ‘한산: 용의 출현’(7월 27일 개봉), ‘비상선언’(8월 3일 개봉), ‘헌트’(8월 10일 개봉) 등 순제작비 총합이 1000억원을 넘는 대작들이 출격했지만, 작품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그 가운데 역대 흥행 1위 ‘명량’(2014)의 후속작 ‘한산’과 1편 이후 36년 만에 돌아온 ‘탑건: 매버릭’(이하 ‘탑건2’, 6월 22일 개봉) 등 속편 강세가 두드러졌다.

엔데믹 여름 극장가 흥행 분석 #'한산' '탑건2' 등 속편 강세 #'헌트' 액션 장르 문법 충실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김한민 감독의 ‘한산’은 22일까지 670만 관객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600만)을 넘어섰다. 310만 관객을 돌파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와 함께 동반 흥행하고 있다.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오른쪽)이 5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영화 '헌트(HUNT)' 제작보고회에서 손을 꼭 잡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헌트'(감독 이정재)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2022.7.5/뉴스1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오른쪽)이 5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영화 '헌트(HUNT)' 제작보고회에서 손을 꼭 잡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헌트'(감독 이정재)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2022.7.5/뉴스1

그러나 극장가 전체 성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최대 순제작비(330억원)를 투입한 여름 대작 첫 타자 ‘외계+인’ 1부가 손익분기점(730만)에 한참 모자란 150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 참패한 게 타격이 컸다. 송강호‧이병헌‧전도연 등 초호화 캐스팅의 ‘비상선언’도 한국 최초 항공 재난 영화란 점을 내세웠지만 200만 관객(손익분기점 500만) 턱걸이에 그쳤다.

'범죄도시 2' 천만에 시장 회복 믿었는데…

배우 손석구, 마동석(왼쪽)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 GV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범죄도시2’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손석구 분)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2022.6.15/뉴스1

배우 손석구, 마동석(왼쪽)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 GV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범죄도시2’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손석구 분)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2022.6.15/뉴스1

지난 5월 ‘범죄도시 2’의 첫 천만 돌파에 시장 회복을 과신한 영화사들이 일주일 단위로 대작을 출시하며 개봉작 ‘체급 조절’에 실패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헌트’ ‘범죄도시 2’의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이정세 본부장은 “여름 시장이 2019년 대비 80% 정도 회복될 거라 희망했는데 60~70% 수준에 그쳤다”면서 특히 “흥행 안 된 영화들의 추이를 보면 개봉 당일 오전부터 영화를 본 매니아 관객들의 관람평이 부정적이었다”며 달라진 관람 행태를 짚었다. 입소문이 흥행 성패를 가르는 시점이 개봉 후 첫 주말에서 개봉 당일로 당겨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영화 관람료가 오르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대체재가 부상하면서 관객의 영화 선택이 더 신중해졌다"고 분석했다. 불확실한 재미엔 지갑을 닫는다는 의미다. 강유정 문화평론가는 “‘한산’은 해피엔딩이 짐작되는 영화이고, ‘헌트’는 익숙한 액션 오락 영화여서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며 “관객이 ‘외계+인’처럼 실험적인 영화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것 같고, ‘비상선언’은 무겁게 느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엔데믹 관객, 불확실한 영화엔 지갑 닫는다 

속편 영화가 강세를 보인 건, 재미를 보장 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란 풀이가 나온다. 실제 엔데믹을 맞은 올 5월부터 8월 22일까지 극장가 박스오피스 10위권은 ‘헌트’(5위) ‘비상선언’(10위)을 제외하면 8편이 속편 영화였다. 톰 크루즈의 ‘탑건 2’(2위)와 마블 슈퍼히어로 시리즈 속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4위) ‘토르: 러브 앤 썬더’(8위), 애니메이션 ‘미니언즈2’(9위) 등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속편이 흥행을 주도했다.

탑건 포스터, 탑건 내한 행사(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탑건 포스터, 탑건 내한 행사(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에서도 ‘범죄도시 2’가 1269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속편은 전작보다 잘된 영화가 없다”는 속설을 뒤집었다. 한국형 슈퍼히어로 액션 영화 ‘마녀’도 2편이 올여름 280만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속편 개봉 자체가 늘어나기도 했다. ‘한산’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관객이 극장 개봉작에 무관심했던 상황에서 속편은 새로운 작품에 비해 안정적인 인지도‧선호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량' '신과함께 3·4' '베테랑2'…속편 잇따라

콘텐트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프리퀄‧스핀오프‧오리지널 시리즈 등 여러 형태의 프랜차이즈 콘텐트를 배출할 수 있는, '슈퍼 IP'를 겨냥한 속편 기획도 늘고 있다. 속편 출시에 참여한 한 영화 관계자는 과거 시리즈물이 흥행 영화의 틀에 새로운 에피소드만 더한 속편을 주로 내놨다면 최근은 1편 결말부터 속편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관을 구축해 충성 팬덤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7일 현빈‧유해진 주연 첩보 액션 ‘공조2: 인터내셔날’을 선보이는 CJ ENM 관계자는 “최근 속편들은 전편의 기시감을 뛰어넘을 확실한 안전 장치, 가령 배우‧원작‧감독‧스토리 등을 마련한 작품이 많다”고 했다. 속편의 흥행으로 ‘범죄도시’ ‘탑건’ 1편이 OTT‧IPTV에서 많이 소비되는 것처럼, 신작이 잘되면 시리즈 전편도 재소비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한 관람객이 영화 ‘한산 :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다. 2022.8.7/뉴스1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한 관람객이 영화 ‘한산 :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다. 2022.8.7/뉴스1

속편 강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추석 연휴 ‘공조2’에 이어 라미란 주연 정치 코미디 ‘정직한 후보2’도 다음달 28일 개봉할 예정이다. ‘명량’ 3부작의 마지막 ‘노량: 죽음의 바다’는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아 ‘한산’에 이어 지난해 촬영을 마치고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마동석이 다시 주연‧제작을 맡는 ‘범죄도시3’는 2편 개봉 시기 이미 촬영에 돌입했고, 1‧2편이 모두 천만영화가 된 ‘신과함께’, 류승완 감독의 천만영화 ‘베테랑’도 속편을 준비 중이다.
“속편의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랑받은 캐릭터”라는 '공조2' 이석훈 감독의 말처럼, 속편 제작이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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