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길] 광주 떡갈비거리 … 떡갈비 만들기 수십 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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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 가면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이 다섯 가지 있다. 이른바 '5미(味)'라 하는데 '송정리 떡갈비'도 그중 하나다. 쇠갈비살에다 다른 부위의 고깃살을 섞어 떡처럼 다져 굽기에 '떡갈비'라 한다. 원래는 소화 능력이 떨어지고 치아가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를 위해 고안된 음식이었다. '5미'의 나머지는 한정식, 오리탕, 광주 김치, 무등산 보리밥이다.

'송정리 떡갈비'를 먹으려면 광주시 광산구청 인근의 '송정리 향토 떡갈비 거리'로 간다. 구청 주변으로 모두 15곳의 떡갈비집이 성업 중이다.

떡갈비 거리 안쪽에는 1910년대 생겨난 송정리 5일장이 자리잡고 있다. 송정 장이 서는 자리는 나주.함평.영광에서 광주에 이르는 길목에 해당한다. 그렇다 보니 이곳에 커다란 우시장이 형성됐다. 60년대 들어 쇠고기 유통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시장 안 밥집에서 갈비살을 다져 갖은 양념을 넣고 네모 모양으로 만든 음식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떡갈비의 원조다. 원래 소화 능력이 떨어지고 이가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를 위한 것이었지만, 장에 나온 서민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80년대엔 가게가 10여 곳으로 늘었다. 20년 넘게 떡갈비를 팔아온 집이 둘, 대를 이어 운영하는 집도 있다.

1인분에 8000원 정도

떡갈비는 마늘.생강.참기름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입혀 잘 구워 올린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고기맛이 매콤한 양념장과 조화를 이룬다. 계절에 따라 달리 나오는 야채의 향과 맛이 입맛을 돋운다. 가격은 1인분에 8000원 정도다.

덤으로는 뼛국을 내놓는다. 돼지 등뼈를 토막 내 무와 함께 하루종일 곤 것이다. 국물 맛이 시원하다. 원하면 두세 그릇도 그냥 준다. 역사가 깊은 곳이지만 거리 모습은 깔끔하다. '송정리 향토 떡갈비' 상품화 사업이 2004년에 행정자치부 주관 향토지적재산 육성 사업 중 하나로 선정된 덕이다.

광산구 측은 '송정리 향토 떡갈비' 라는 상표를 내고 친근감 나는 캐릭터도 개발했다. 가게들도 호응해 지난해 3월에는 시설을 개.보수하고 캐릭터를 집어넣은 새 간판을 내걸었다. 연합회를 만든 데 이어 홈페이지(www.gsfood.or.kr)도 개설했다.

하지만 가게들은 '차별화'에도 열심이다.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송원명가'(062-944-0366)는 250개의 좌석에, 골목 한쪽엔 공영주차장이 있다. '새송정떡갈비'(062-941-3353) 측은 "직영농장에서 무농약으로 100여 종의 야채를 재배해 제공한다"고 자랑했다.

개운한 맛의 뼛국이 덤으로

1971년에 문 연 '송정떡갈비'(062-944-1439)는 창업주의 손녀인 오유경(26)씨가 어머니와 함께 1호점과 2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떡갈비 소스를 만들 때 설탕 대신 꿀을 넣어 고기 맛을 부드럽게 하고, 기름기가 잘 빠지도록 가스 불 대신 숯불만 고집한다고 한다. '화정식당'(062-944-1275)도 27년째 이영순(61.여)씨가 전통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 '송극떡갈비'(062-942-0033)는 오리주물럭 요리(한마리 3만원)도 내놓고 있다.

광주 상무신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상무로를 타고 나주 방향으로 가다 보면 '송정리 향토 떡갈비'라고 쓰인 큰 간판이 보인다. 안내 간판 건너편 광산구청 주변의 광산구청로와 명동로가 떡갈비 거리다. 광산구청 정문에서 보면 거리 양쪽으로 떡갈비 간판이 즐비하다. 구청 뒤편에도 떡갈비집 4곳이 더 있다.

<광주>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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