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尹공약 '배달 오토바이 앞번호판'…임기 내 추진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하고 있는 배달 오토바이. [뉴스1]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하고 있는 배달 오토바이.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영업용 오토바이의 전면(앞)번호판 단계적 도입'을 공약했지만, 임기 내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앞번호판 도입을 최소 5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키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23일 "오토바이마다 형태가 다양해 앞번호판 부착이 쉽지 않고, 운행 때 안전상 위험이 커서 중장기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중장기는 통상 5년에서 10년 정도를 의미하기 때문에 사실상 윤 대통령의 임기 내에는 도입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또 "앞번호판은 싱가포르·필리핀 등 동남아 일부국가만 시행 중이며, 중국은 도입했다가 부작용이 커 폐지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영업용 오토바이, 즉 배달 오토바이의 앞번호판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한발 더 나가 '오토바이 전면번호판 의무화'를 공약하기도 했다.

 "구조상 부착 어렵고 충돌 때 부상 커"  

 코로나19로 인해 식음료 등의 배달이 급증하면서 과속과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인도 주행 같은 배달 오토바이의 불법주행으로 인한 사고와 국민 불편이 크게 늘어났지만 현재 무인단속카메라로는 단속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오토바이는 뒤에만 번호판이 달려있는데 현행 단속카메라는 앞번호판만 인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배달 오토바이 앞에도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경찰이 배달 오토바이의 법규위반을 단속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배달 오토바이의 법규위반을 단속하고 있다. [뉴스1]

 또 앞번호판을 달면 교복 명찰 같은 효과가 있어 함부로 법규 위반을 하지 못할 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국토부는 ▶전면번호판 부착 위치 확보 곤란▶충돌 시 보행자 부상 심화 등을 이유로 부정적 반응이었다.

 실제로 한국교통안전공단이 14종의 배달용 오토바이를 조사한 결과, 10종은 앞번호판 부착 자체가 어렵고 나머지 4종도 설치 각도와 위치, 크기 등이 제각각이었다는 것이다. 앞번호판을 달면 충돌 사고 때 부상위험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뒷번호판 단속카메라 도입도 지연 

 문제는 국토부가 앞번호판 도입을 미루면서 오토바이의 불법주행을 줄일 마땅한 대책이 상당기간 없다는 점이다. 경찰 인력을 활용한 현장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초 경찰과 국토부는 앞번호판의 대안으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첨단무인단속카메라 도입에 무게를 뒀다. 이 장비는 카메라 2대 중 한대가 통과하는 오토바이와 일반차량의 뒷번호판을 일단 모두 촬영한 뒤 AI가 전방 단속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영상을 분석해 법규 위반을 발견하면 이미 촬영된 뒷번호판과 대조해 위반 차량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오토바이에 앞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법규위반 단속이 가능한 데다 사각지대가 적고 일반차량 단속도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경찰은 올해 초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몇몇 지역에 이 단속카메라를 설치해 시범운영할 계획이었다.

스쿨존에 설치된 무인과속단속카메라. 하지만 차량 앞번호판만 인식 가능하다. [중앙일보]

스쿨존에 설치된 무인과속단속카메라. 하지만 차량 앞번호판만 인식 가능하다. [중앙일보]

 하지만 일정이 늦어지면서 빨라야 올 10월에나 시범설치가 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어 시범운영 결과 분석과 평가에 이은 대량 도입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번호판 달면 명찰 효과 기대"  

 이 때문에 국토부가 앞번호판 도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앞번호판을 달면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종전보다 법규 위반행위가 많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도 "정규 번호판이 아니더라도 스티커 형식으로 전면 어딘가에 번호를 부착한다면 오토바이 운전자가 좀 더 조심하게 만드는 명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차로에서 차량 정지선을 넘어서 정차한 오토바이들. [연합뉴스]

교차로에서 차량 정지선을 넘어서 정차한 오토바이들. [연합뉴스]

 또 다른 전문가는 "앞번호판은 지금처럼 금속이 아니라 스티커나 실리콘 재질을 활용하거나 곡선번호판 등 다양한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며 "차제에 배달 오토바이 번호판을 택시처럼 일반 차량과 구분되도록 색깔을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앞번호판이 오토바이의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거라고 반발하지만, 배기량이 커 속도가 빠른 대형오토바이가 아닌 배달 오토바이의 경우 별 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시속 60㎞로 달릴 때 전면번호판이 주는 영향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한 결과, 번호판 유무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4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안전속도 5030으로 인해 배달 오토바이가 주로 활동하는 시내와 주택가에선 시속 50㎞ 또는 30㎞ 이상으로 달리면 안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