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깃발 든 리즈 체니 "대선 불복 공화당후보 퇴출 전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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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공화당 중간선거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리즈 체니 하원의원(와이오밍주)이 지난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한 공화당 인사들을 몰아내는 데 집중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본격적인 '저격수'로 나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들 저격 #트럼프 편든 의원들에 "부끄럽다" #"펜스, 1·6 의회 난입 사태 증언하길"

체니 의원은 21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전국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에 선거 부정론자들이 지명됐다"며 "그들에 맞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들의 경쟁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했다.

리즈 체니 미 하원의원.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인 그는 21일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불복에 동조한 공화당 인사들을 몰아내기 위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오는 11월 중간선거 등에서 친(親)트럼프 인사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일하겠다는 의미로 상대당인 민주당 후보 지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ABC뉴스는 "리즈 체니가 트럼프를 무너뜨리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딕 체니 전 미 부통령의 딸인 체니 의원은 지난 16일 치러진 와이오밍주 하원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변호사 해리엇 헤이그먼에게 크게 패배했다.

체니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불복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다.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기도 했다.

체니 의원은 이런 노력이 2024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와 연대한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을 지목했다. 체니 의원은 이들이 트럼프의 2020년 대선 결과 부정 주장에 직·간접적으로 동조했다며 "헌법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했다"고 말했다.

다만 체니 의원은 자신의 2024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몇 가지 선택지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17일 워싱턴포스트(WP)는 체니 의원이 '위대한 임무'란 이름의 정치 조직을 만들었으며 2024년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AFP=연합뉴스

체니 의원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에 대해선 "트럼프를 옹호하기 위해 뛰어든 게 부끄럽다"고 직격했다.

1·6 의회 난입 사태를 조사하는 하원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가 위원회에 나와 증언하길 바란다고도 밝혔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체니 의원의 친트럼프 인사 저격과 관련해 크루즈 상원의원의 대변인은 "크루즈 의원은 곧 '전직 의원'이 될 리즈 체니의 지지가 필요하거나 이를 원하지 않는다"며 "202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예비경선에서 그에게 행운이 있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美 국민 절반 이상 "트럼프 수사 계속해야"

한편, 미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 NBC뉴스가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유권자 1000명 대상)에서 응답자의 57%가 "수사를 지속해야 한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40%가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92%, 무당파의 61%가 트럼프 수사에 찬성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에선 21%가 수사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악시오시는 이 조사 결과를 두고 "'압수수색에 대해 미국인들이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과는 모순된다"고 평했다. 그의 주장과 달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에 대한 수사를 찬성한다는 의미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