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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최대 라이벌, 다름 아닌 ‘중국 우체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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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도, 융후이(永辉) 아닌 중국 우체국이 월마트의 최대 적수가 됐다.

최근 중국의 국영 우체국, 중국우정(中國郵政)이 또 한 번 경계 없는 사업 확장에 나섰다. 지난 7월 18일 중국 우정은 쓰촨성 청두(成都) 차오당베이루(草堂北路) 지점에 첫 번째 마트를 열었다.

이는 청두 우편국에서 만든 중국 최초의 ‘우편+마트+커뮤니티 공동구매+ 요우러*’ 모델의 소매 플랫폼으로, 올해 105개의 지점에 샵인샵(shop in shop) 모델을 도입하고 프리미엄 슈퍼형 우체국 48곳, 명품 샵인샵 매장 세 곳을 오픈할 계획이다.

*유러(郵樂): 2010년 홍콩 소재 미디어 기업인 ‘Tom Group’과 중국우정이 설립한 전자상거래 서비스. 농촌 마을에 있는 구멍가게를 물류 허브로 사용하는데, 요우러는 이 구멍가게와 농촌 고객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고객들은 요우러를 통해 상품을 주문하는데, 이 상품은 중국우정 집배원이 요우러 창고에서 마을까지 당일 배송해 준다. 집배원의 배송이 여의치 않으면 요우러에 가맹된 다른 가게에서 직접 배달해 주기도 한다. 마을 주민들은 상품 구매뿐만 아니라, 직접 물건을 내다 팔 수도 있다. 집배원은 마을 주민들이 요우러 가맹 구멍가게에 내다 놓은 상품들을 수거하여 도시의 물류창고로 입고시킨다.  

중국우정이 쓰촨성 청두 지점을 시작으로 슈퍼마켓 사업에 나섰다. [사진 중국우정]

중국우정이 쓰촨성 청두 지점을 시작으로 슈퍼마켓 사업에 나섰다. [사진 중국우정]

사실 중국우정은 10년 전부터 슈퍼마켓 사업을 염두에 두고 ‘바이취안(百全)’이라는 마트를 열었다. 당시 중국우정은 5년 안에 1만 개 점포를 열어 농촌판 월마트를 만들어 농촌이 도시를 포위하는 길을 가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4년 동안 100개가 채 안 되는 가게를 냈지만, 적자난으로 결국 모두 손해를 보고 매각했다. 그렇게 6년 뒤 중국우정은 다시금 슈퍼마켓 사업에 뛰어들겠다 밝힌 것이다.

현재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중국우정국의 수는 약 6만 개로, 점포 개수로 따지면 엄청난 수다. 1996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의 ‘월마트’의 중국 내 점포 수가 약 500개라는 것에 비하면 실로 놀라운 수다. 게다가 월마트는 실적악화로 인해 지난 6년간 80개 이상의 매장을 폐쇄했다. 이에 월마트는 산하에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샘스클럽(Sam's Club)’을 두고 중국에서 입지를 넓혀 가려 하고 있지만, 중국우정의 마트 진입으로 해당 사업의 성패 여부는 미지수가 되고 있다.

중국우정의 첫 슈퍼마켓 ‘룽유생활슈퍼마켓(蓉郵生活超市)’. [사진 중국우정]

중국우정의 첫 슈퍼마켓 ‘룽유생활슈퍼마켓(蓉郵生活超市)’. [사진 중국우정]

슈퍼마켓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우정은 경계 없는 크로스오버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9년 중국우정은 닝샤(寧夏) 지역에 ‘중국우정약국’을 열며 본격적으로 제약 분야에 진출했다. 이들은 점포 우위를 통해 유통 과정을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약품 가격을 45%가량 낮추어 판매한다. 현재 알리바바와 징둥과 함께 중국 전역 45만 개 약국의 고유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6월엔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시 중유다야오팡(中郵大藥房, 우체국 산하 약국)에 밀크티 판매점 ‘유양더차(郵氧的茶)’를 오픈했다. 우체국 한편에서 판매되는 밀크티의 가격은 7~23위안(약 1200~4000원) 선이며, 밀크티와 차, 과일 차 등을 판매한다.

또 올해 2월에는 중순 샤먼(夏門) 국제무역빌딩 1층에 ‘우체국 커피(POST COFFEE)’ 1호점을 오픈하면서 정식으로 커피 사업을 시작했다. 택배 등 우편 서비스도 그대로 제공하며 점원이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역할과 동시에 우편·금융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샤먼 카페 오픈 첫날 1000잔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7월 기준 우체국 커피는 샤먼, 난징, 베이징에 5개 매장을 오픈했다.

중국 샤먼의 우체국 커피점 [사진 중국우정]

중국 샤먼의 우체국 커피점 [사진 중국우정]

‘라이브 방송’에도 주력하고 있다. 중국우정은 틱톡, 위챗 등의 SNS 계정을 만들어 숏폼 콘텐트를 통해 농촌 활성화를 위해 전국 각지의 농산물들을 판매하고 있다. 대다수 라이브 룸의 계정 주는 중국우정의 각 지역 지사다. 중국우정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각지의 우편국은 자율적으로 SNS를 운영하고 다른 업무 시도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문화 창작 디지털 컬렉션 플랫폼도 정식 출시되어 NFT 분야에도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추석, 중국우정은 월병 선물세트를 중국 청산녹수화 NFT와 결합해 판매하면서 ‘실물을 사서 디지털 소장품을 선물한다’는 마케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전통적인 우편 문화에서 메타버스 세계까지 중국우정은 오랫동안 구축됐던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타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세련되고 젊은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우정의 사업 확대는 이들의 새로운 영업과 수익모델 시도 중 하나라고 보았다. 해외가 아니더라도 국가 내에서 우편물량을 늘릴 수 있다면 핵심 택배사업 성장을 견인해 중국우정의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거다.

중국우정이 첫 출시한 NFT 모델. [사진 중국우정]

중국우정이 첫 출시한 NFT 모델. [사진 중국우정]

물론 ‘본업’도 잘하고 있다. 중국 국가우정국이 최근  발표한 택배업체 만족도 순위에 따르면  중국우정은 징둥(京東)에 추월당한 지난 2년을 제외하고는 8년 연속 순풍(順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중국우정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는 궁극적 이유는 뭘까.

사업 확장은 택배 회사의 영업손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편물 배달’만을 본업으로 하기엔 매출이 부진하고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우정은 2020년 6645억 위안의 매출을 달성하고 600억 위안 이상의 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여러 사업 부문의 실적을 보면 우체국 은행이 평균 이상의 이익을 낸 반면, 택배사업은 90억 위안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우정이 해당 부분의 손실을 완화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슈퍼마켓이 중국우정의 핵심 사업은 아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부가가치 서비스는 수익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 고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았다.

더욱이 중국우정은 상대적으로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대규모 확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우편보(中國报据報) 위챗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중국우정은 5만 4000개의 일반 서비스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밀크티, 커피, 슈퍼와 같은 매장 수가 대규모 확장을 하게 되면  추가적인 매장 확보가 가능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밀크티·커피, NFT, SNS 등 젊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며 소비자군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우정의 밀크티 판매점 ‘유양더차(郵?的茶)’. [위챗 갈무리]

중국우정의 밀크티 판매점 ‘유양더차(郵?的茶)’. [위챗 갈무리]

다만, 우려해야할 부분은 중국우정이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매장이 있지만 모든 지점이 슈퍼마켓 사업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특히 시골 농촌 곳곳에 위치한 지점은 규모가 작고 소비자 수도 상대적으로 적어 오히려 적자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문어발식 확장'에 과도하게 집중해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우정이 뛰어든 사업들은 훗날 어떤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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