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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가격 부러워 할 줄이야"…경유는 왜 가격 덜 떨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L당 100원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L당 100원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름값이 7주째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찾으며 국내 주유소 판매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부담이다. 특히 전쟁 전보다 20% 이상 올라 있는 경유 가격이 운전자의 애를 태우고 있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53.1원 내려 L당 1780.2원을 기록했다. 경유도 48.7원 하락해 L당 1878.8원이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모두 지난 6월을 정점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170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3월 첫째 주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월 넷째 주 당시 국내 휘발유 가격이 L당 1739.79원이었다. 휘발유 값은 전쟁 전 가격에 점점 가까워지는 중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휘발유와 달리 경유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2월 넷째 주 경유 평균 가격은 L당 1564.49원이었다. 현재 가격은 이보다 20%가량 높은 수준이다. 연초와 비슷해지려면 300원 넘게 더 떨어져야 한다.

더딘 경유 가격 안정 속도에 경유차 운전자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에서 경유차로 통근했던 최모(32)씨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역전했을 때쯤부터는 자가용을 몰지 않고 대중교통을 탄다”며 “휘발유 가격을 부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국내 경유 가격이 높은 것은 애초에 경유의 국제 가격이 휘발유보다 높은 데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아 공급까지 부족한 탓이 크다. 휘발유는 주로 승용차에 쓰이지만, 경유는 화물차와 대중교통 등 산업 전반에서 사용한다. 경유차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 ‘서민 연료’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유류세 인하 효과도 휘발유에 집중돼 있다. 현재 정부는 유류세를 37% 인하하고 있는데, 애초에 휘발유에 매기는 세금이 경유보다 많았기 때문에 인하액 역시 휘발유가 크다. 정부의 세금 인하 조치로 휘발유는 L당 약 304원, 경유는 약 212원을 할인한 효과가 발생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법에 따라 유류세를 50% 인하(탄력세율)할 수도 있지만, 기름값 하락 추세와 세수 감소로 실제 적용할 가능성은 작다.

정부가 6월부터 확대 지급하고 있는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은 지급 기한이 9월 말까지로 돼 있다. 유가연동 보조금은 화물차와 버스 등 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경유 가격이 기준 금액인 L당 1750원을 넘으면 초과 상승분의 50%를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가 시한을 다시 연장하지 않으면 올가을엔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정부는 경유 가격 역전 현상에 당장 대응하기보다 유가 동향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19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최근에 국제유가, 특히 휘발유 가격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까 약간에 차이가 발생했다”며 “늘 살펴보고는 있는데 불과 얼마 전에 대책을 낸 것이라 추가 대책을 하기엔 조금 이른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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