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쓴맛 모두 담긴 ‘우리별’ 막전막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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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호 21면

쎄트렉아이 러시

쎄트렉아이 러시

쎄트렉아이 러시
박성동·이강환 지음
위즈덤하우스

KAIST에서 출발한 국내 최초 우주 스타트업 쎄트렉아이의 성장사이지만, 이 책은 ‘한국 인공위성 기술 개발과 산업화의 증언’을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대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우주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기술 기반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의 가능성도 보여준 의미를 담은 얘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마침 올해는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우주로 올라간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면서, 한국 최초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가 발사된 해이기도 하다. 무게 48.6㎏에 불과한 소형위성으로 시작한 한국 위성의 역사가 30년 만에 무게 678㎏의 우주 탐사선으로 성장해 지구궤도를 넘어 달까지 항해하는 발전을 이룬 셈이다.

책은 1992년 8월 10일 오후 8시 8분(현지시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우주기지에서 우리별 1호가 우주로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이 전하는 한국 인공위성 역사는 단맛과 쓴맛이 어우러져 있었다. 우선 ‘단맛’부터. 허리춤에 ‘삐삐’로 불리던 무선호출기 차고 다니던, 한반도에서 우주산업은 꿈도 못 꿀 것 같던 그 시절, 한국 첫 인공위성의 역사가 시작할 수 있었던 건, 혜안을 가진 최순달(1931~2014) 교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1989년 KAIST 학부 4학년생을 선발해 영국 서리대학에 인공위성 유학을 보내는 계획을 세운다.

1992년 8월 우주로 쏘아 올린 한국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와 교신하는 모습. [중앙포토]

1992년 8월 우주로 쏘아 올린 한국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와 교신하는 모습. [중앙포토]

그렇게 책의 저자 박성동과 함께 5명이 선발대로 뽑혔다. 최 교수는 이들에게 “성공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마라”라는 특명을 내린다. 이들과 이듬해 출발한 2기 유학생 등 총 11명은 천신만고 끝에 우리별 1호를 만들어낸다.

‘쓴맛’은 책의 앞쪽 3장부터 ‘우리별은 남의 별’이란 제목으로 일찌감치 시작한다. 발사 성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별은 6공화국의 치적을 알리기 위한 것’이란 비판과 함께 100% 외국부품으로 제작돼 사실상 ‘남의 별’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설상가상 당시 과학기술처는 1989년 설립된 항공우주연구원과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를 단일화할 것을 요구했다. 우주 역량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최 교수와 제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어렵게 출발한 인공위성연구센터를 없애는 것도, 힘들게 양성한 연구인력의 일부만 항우연 직원이 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별 팀의 반발은 ‘정부 연구과제비 대폭 축소’라는 보복으로 돌아왔다.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최 교수를 비롯한 우리별팀은 1999년 12월 ‘창업’이라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 파격적 지원을 약속했던 KAIST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이들을 외면했다. 쎄트렉아이라는 한국 최초의 우주 스타트업이 만들어진 기구한 사연이다.

사실상 버려진 우리별팀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저자는 “회사 설립 이후 최소 5년간 ‘제발 살아만 있어 다오’라는 심정으로 기도하고 살았다”며 당시의 절박함을 증언한다.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쎄트렉아이는 2008년 코스닥 상장을 거쳐 싱가포르·말레이시아·스페인 등 세계 각국으로 인공위성을 수출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월에는 대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핵심 우주산업 계열사로까지 변신했다. 지난 18일 KAIST는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박성동을 비롯한  30년전 ‘우리별 위성 연구팀’이 30억 원 상당의 발전기금을 학교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박성동은 “그간 모교와 국가에 섭섭함이 없을 수 없었지만, 30여 년 전 인공위성 유학을 통해 우리를 성장하게 해준 건 결국 학교와 정부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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