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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개성을 뽐낸다, 젊은층도 중년도 ‘찢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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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호 18면

[서정민의 ‘찐’ 트렌드] 다시 뜬 ‘Y2K’ 패션

모바일 쇼핑몰 에이블리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찢청’ 브랜드 제품들. 허리 아래로 걸쳐 입으면서 바지 통은 넓은 골반 바지(와이드 팬츠) 스타일이 특히 유행이다. [사진 각 브랜드]

모바일 쇼핑몰 에이블리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찢청’ 브랜드 제품들. 허리 아래로 걸쳐 입으면서 바지 통은 넓은 골반 바지(와이드 팬츠) 스타일이 특히 유행이다. [사진 각 브랜드]

패션은 돌고 돈다. 최근 1~2년 사이 패션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것은 한 세기의 마지막 시점에 유행했던 ‘Y2K’ 패션이다. 연도(Year)와 1000(Kilo)의 첫 글자를 딴 ‘Y2K’는 2000년도 시작 시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컴퓨터 오류 ‘밀레니엄 버그’를 이르는 약자다. 당시 연도의 마지막 두 자리만 인식하던 컴퓨터가 2000년이 되면 ‘00’만을 인식해 1900년과 혼동하면서 사회적 대혼란을 가져올 거라는 우려가 컸다. 때문에 이 시기의 패션을 ‘세기말 패션’이라 부르기도 한다.

Y2K 패션의 대표 의상으로는 크롭 톱과 로 라이즈 팬츠를 꼽을 수 있다. 낯선 패션 용어 대신 그 시절 우리가 불렀던 대로 표현하면 ‘배꼽티’와 ‘골반바지’다. 배꼽이 보일 만큼 짧은 상의와 골반에 걸쳐 입는 헐렁한 바지(와이드 팬츠)가 요즘 젊은 층에서 인기다. 이 외에도 벨벳 트랙슈트(추리닝 상하의 세트), 한눈에 봐도 무거운 체인 목걸이 등이 Y2K 패션 아이템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데 ‘찢청(찢어진 청바지·치마)’의 인기 또한 매섭다.

모바일 쇼핑몰 에이블리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찢청’ 브랜드 제품들. 허리 아래로 걸쳐 입으면서 바지 통은 넓은 골반 바지(와이드 팬츠) 스타일이 특히 유행이다. [사진 각 브랜드]

모바일 쇼핑몰 에이블리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찢청’ 브랜드 제품들. 허리 아래로 걸쳐 입으면서 바지 통은 넓은 골반 바지(와이드 팬츠) 스타일이 특히 유행이다. [사진 각 브랜드]

디스트로이드 진(Destroyed Jean), 데미지 진 (Damage Jean), 컷 아웃 진(Cut-out Jean)이라고도 불리는 찢청은 옷 일부분에 큰 구멍이 나거나 심하게 찢어진 청바지를 말한다. 못 같은 뾰족한 것에 찔려 손가락 두 세 개 정도 들어갈 만큼 살짝 구멍이 난 것도 있지만, 개중에는 도저히 돈 주고 사입은 옷이라 생각되지 않을 만큼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청바지도 쉽게 눈에 띈다.

모바일 쇼핑몰 에이블리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찢청’ 브랜드 제품들. 허리 아래로 걸쳐 입으면서 바지 통은 넓은 골반 바지(와이드 팬츠) 스타일이 특히 유행이다. [사진 각 브랜드]

모바일 쇼핑몰 에이블리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찢청’ 브랜드 제품들. 허리 아래로 걸쳐 입으면서 바지 통은 넓은 골반 바지(와이드 팬츠) 스타일이 특히 유행이다. [사진 각 브랜드]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모바일 쇼핑몰 에이블리의 집계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7월 찢청 거래는 전년 동기대비 약 80%가 늘었다. 특히 7월 첫째 주의 ‘찢청’ 키워드 검색양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찢청 반바지’는 40%, ‘찢청 와이드’는 660%,  ‘컷아웃’은 415%로 검색양이 증가했다. 에이블리 이슬기 PR팀장은 “흠뻑쇼, 워터밤, 송크란 등 여름 페스티벌과 휴가철을 앞두고 ‘찢청’ 키워드 검색량이 모두 증가했다”며 “올 여름에는 과감한 노출 디테일로 포인트를 주는 패션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스타그래머 이다설씨 사진. [사진 이다설]

인스타그래머 이다설씨 사진. [사진 이다설]

이처럼 찢청의 인기 키워드는 개성과 섹시미로 압축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찢청을 입은 사진을 올려놓고 해시태그 ‘#찢청’을 달아둔 27살 이다설(인스타그램 계정 s.228_)씨는 “찢청을 입으면 패션을 ‘좀 아는 것’처럼 보여서 즐겨 입는다”며 “슬릿(찢어진 부분)이 많을수록 더욱 힙해 보인다”고 했다.

찢청은 비단 패션에 민감한 여성 패션에서만 인기 있는 게 아니다. 각종 쇼핑몰에서 ‘찢청’을 검색하면 남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 전화취재를 한 남성 인스타그래머(인스타 계정 dawn_and_salt83)는 나이가 40이지만 “여름에 가볍고 튀는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면 찢청을 즐겨 입는다”며 “그냥 청바지보다 스타일리시하고 힙한 분위기를 강조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찢청은 부모님 세대에도 존재했는데 그때는 불량한 느낌이 강했다면 요즘은 남녀 모두 적당히 섹시함을 과시하고 싶을 때 당당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김혜수 인스타그램에 올라 온 찢청 스타일.

배우 김혜수 인스타그램에 올라 온 찢청 스타일.

물론 찢청에 대한 의견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어른들 눈에는 여전히 멀쩡한 옷이 찢긴 것이 불량하거나 단정치 못하게 보일 수 있다. 슬릿이 너무 많아서 신체가 많이 노출된 디자인도 눈에 거슬릴 수 있다. 여성의 복장에 간섭이 많은 인도에선 지난해 ‘찢어진 청바지(#RippedJean)’ 해시태그를 단 여성들의 인증샷 사진과 게시글이 SNS에 수만 건 올라오는 일이 벌어졌다. 인도의 한 남성 정치인이 무릎이 드러난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여성을 공개 비난하자 유명 연예인을 비롯한 여성들이 항의의 뜻으로 올린 사진들이다.

배우 김혜수 인스타그램에 올라 온 찢청 스타일.

배우 김혜수 인스타그램에 올라 온 찢청 스타일.

여름철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페스티벌에서 인기 의상으로 꼽힐 만큼 찢청은 개성 있고 섹시해 보이는 의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내는 데 탁월한 옷이다.

인스타그래머 차상석씨 사진. [사진 각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래머 차상석씨 사진. [사진 각 인스타그램]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찢청’을 검색하면 옷 잘 입기로 유명한 블랙핑크 지수, 소녀시대 수영, 화사 등의 연예인들이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중에는 44세 배우 윤세아, 52세 배우 김혜수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모습도 검색된다. 록 스피릿이 충만한 ‘송골매’ 멤버 배철수나 구창모는 60이 넘어서도 찢청을 입었다. 너무 과하지 않게 섹시함을 드러내면서도 튀는 개성을 표현할 수 있어서 젊은 층에서뿐 아니라 젊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원하는 중년 세대에서도 찢청은 꽤 괜찮은 의상이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에는 한 50대 여성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서 ‘노출’을 주제로 옷을 입어보자 약속한 날 본인은 찢청을 입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내 안에 그어놓은 선을 넘어서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여행을 기다리던 날들 속에서 노출 의상을 찾으며 나눈 이야기들과 쇼핑 목록은 즐거운 추억거리로 남았다”고 했다.

청바지의 찢어진 부분이 포인트가 돼서 밋밋한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멋진 스타일을 뽐낼 수 있다는 점은 가성비 면에서도 괜찮은 선택이다. 단점이 있다면 세탁이 좀 어렵다는 것. 다른 옷들과 함께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헤진 구멍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청바지는 세탁을 좀 덜해도 괜찮은 옷이다. 그리고 찢청을 한 번이라도 입어본 사람은 안다. 무릎 관절을 움직이기에도 얼마나 편하고 활동적인 옷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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