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윤석열 정부의 북핵 해결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자, 여야는 19일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이날 국회를 찾은 권영세 통일장관은 김 부부장의 담화문에 “대단히 유감”이라면서도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北, 尹 맹비난했는데…태영호는 “대화 물꼬 계기”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선 김 부부장의 담화문이 쟁점이 됐다. 예산 결산을 위한 회의였지만,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 부부장 명의로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은 어리석음의 극치”라는 글을 내서다. 북한은 윤 대통령이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물려 식량ㆍ인프라 등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지 나흘 만에 전면 거부 입장을 냈다.
아울러 담화문엔 “하나 마나 한 헛소리”, “짖어대는 개와 다를 바 없다”, “무식함에 의아해진다”,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 같은 거친 말들이 가득 찼다. 또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외통위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권 장관에게 “김 부부장의 반응이 매우 차갑다. 담대한 구상은 남북 간에 손을 맞잡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상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또 문재인 정부 때 맺었던 “북ㆍ미 ‘싱가포르 합의’와 남북의 ‘판문점 선언’을 존중ㆍ계승한다는 입장을 (담대한 구상에) 분명히 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도 말했다.
이에 권 장관은 우선 “김 부부장이 아주 무례하고 품격 없는 표현으로 담대한 구상을 왜곡해서 비판했다”며 “북한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태도는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른바 3D(억제ㆍ단념ㆍ대화)를 활용해 “설득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 등 앞선 합의에 대해선 “윤 의원 말처럼 (담대한 구상에) 분명하게 표현된 것 같지 않다”며 “앞으로 계기가 있을 때마다 계승하겠다는 점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은 다시 “장관은 그렇게 말하지만, 대통령은 분명하게 그 부분을 밝히지 않아 오해가 계속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담화문에 비난이 담겼지만, 이전과 달라진 새로운 모습도 보였다”며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점으로 봐달라”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북한은 그동안 우리 정부의 지원 제안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반응했다”며 “상대방이 담대한 구상을 연구ㆍ분석하게 하는 초기 목표는 달성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담화문을 보면 김 부부장이 담대한 구상을 면밀히 연구했다”고도 말했다. 담화문에 담긴 “10여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ㆍ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다. 또 김 부부장이 “2~3년은 일해봐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읽게 되는 법”이라고 한 데 대해선 “윤 대통령 임기 후반기엔 (정상회담 등을) 생각해보자는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권 장관은 “태 의원의 예리한 분석에 아주 경의를 표한다. 명심하겠다”고 화답했는데, 현장의 민주당 의원들은 헛웃음을 치며 혼잣말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민주당 의원은 “과거 북한을 맹비난하던 태 의원이 진영논리에 빠져서 생뚱맞은 말을 했다”며 “북한 출신인 그가 남한의 내로남불 정치에 완벽히 적응한 것 같았다”고 비꼬았다.
野 “담대한 구상 구체성 없어”, 與 “흔들림 없을 것”
회의장 밖에서도 양당의 반응은 대비됐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문과 관련,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 구체성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북한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제재 면제에 대해선 미국과 어떤 상의를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구체성을 더 담보해달라”고 덧붙였다. “북한도 무조건 반대만 할 건 아니다”란 말도 있었지만, 주로 정부 정책 비판에 방점이 찍혔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은 북한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프로그램 시행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김 부부장의 담화는 무례하고 언어 폭력적이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양금희 원내대변인)는 논평을 냈다. 또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현실을 직시하라”고 경고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문제는 정부 당국에서 언급한 것으로 갈음하겠다”고만 말하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