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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尹싫다"는데, 태영호 "대화물꼬"…野 "어이가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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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윤석열 정부의 북핵 해결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자, 여야는 19일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이날 국회를 찾은 권영세 통일장관은 김 부부장의 담화문에 “대단히 유감”이라면서도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9회국회(임시회) 제2차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재옥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9회국회(임시회) 제2차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뉴스1

北, 尹 맹비난했는데…태영호는 “대화 물꼬 계기”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선 김 부부장의 담화문이 쟁점이 됐다. 예산 결산을 위한 회의였지만,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 부부장 명의로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은 어리석음의 극치”라는 글을 내서다. 북한은 윤 대통령이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물려 식량ㆍ인프라 등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지 나흘 만에 전면 거부 입장을 냈다.

아울러 담화문엔 “하나 마나 한 헛소리”, “짖어대는 개와 다를 바 없다”, “무식함에 의아해진다”,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 같은 거친 말들이 가득 찼다. 또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외통위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권 장관에게 “김 부부장의 반응이 매우 차갑다. 담대한 구상은 남북 간에 손을 맞잡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상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또 문재인 정부 때 맺었던 “북ㆍ미 ‘싱가포르 합의’와 남북의 ‘판문점 선언’을 존중ㆍ계승한다는 입장을 (담대한 구상에) 분명히 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도 말했다.

이에 권 장관은 우선 “김 부부장이 아주 무례하고 품격 없는 표현으로 담대한 구상을 왜곡해서 비판했다”며 “북한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태도는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른바 3D(억제ㆍ단념ㆍ대화)를 활용해 “설득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 등 앞선 합의에 대해선 “윤 의원 말처럼 (담대한 구상에) 분명하게 표현된 것 같지 않다”며 “앞으로 계기가 있을 때마다 계승하겠다는 점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은 다시 “장관은 그렇게 말하지만, 대통령은 분명하게 그 부분을 밝히지 않아 오해가 계속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담화문에 비난이 담겼지만, 이전과 달라진 새로운 모습도 보였다”며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점으로 봐달라”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북한은 그동안 우리 정부의 지원 제안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반응했다”며 “상대방이 담대한 구상을 연구ㆍ분석하게 하는 초기 목표는 달성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담화문을 보면 김 부부장이 담대한 구상을 면밀히 연구했다”고도 말했다. 담화문에 담긴 “10여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ㆍ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다. 또 김 부부장이 “2~3년은 일해봐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읽게 되는 법”이라고 한 데 대해선 “윤 대통령 임기 후반기엔 (정상회담 등을) 생각해보자는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권 장관은 “태 의원의 예리한 분석에 아주 경의를 표한다. 명심하겠다”고 화답했는데, 현장의 민주당 의원들은 헛웃음을 치며 혼잣말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민주당 의원은 “과거 북한을 맹비난하던 태 의원이 진영논리에 빠져서 생뚱맞은 말을 했다”며 “북한 출신인 그가 남한의 내로남불 정치에 완벽히 적응한 것 같았다”고 비꼬았다.

野 “담대한 구상 구체성 없어”, 與 “흔들림 없을 것”

회의장 밖에서도 양당의 반응은 대비됐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문과 관련,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 구체성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북한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제재 면제에 대해선 미국과 어떤 상의를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구체성을 더 담보해달라”고 덧붙였다. “북한도 무조건 반대만 할 건 아니다”란 말도 있었지만, 주로 정부 정책 비판에 방점이 찍혔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은 북한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프로그램 시행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김 부부장의 담화는 무례하고 언어 폭력적이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양금희 원내대변인)는 논평을 냈다. 또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현실을 직시하라”고 경고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문제는 정부 당국에서 언급한 것으로 갈음하겠다”고만 말하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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