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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마다 이재명 손 들어준다…'정세균맨' 안규백 묘한 행보, 왜

중앙일보

입력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9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전준위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9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전준위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예비경선(컷오프) 규정 논란부터, 최근 당헌 80조 개정 논란까지, 친명(親明) 대 비명(非明) 간 갈등의 소용돌이 중심엔 바로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위원장(4선·서울 동대문갑)이 있다. 당헌 개정 논의를 주도하는 안 위원장이 고비마다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끝내 무산된 ‘당헌 80조 개정’ 논의를 주도한 것도 안 위원장이었다. 안 위원장은 16일 본인이 주재한 전준위 회의에서 당헌 80조 1항의 부패혐의 연루 당직자의 직무 정지 시점을 ‘기소 시’에서 ‘1심 금고 이상 유죄 선고 시’로 바꾸는 초안을 의결했다. 다음날 비상대책위원회가 80조 1항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안 위원장은 유감을 표하는 입장문을 내고 “(기소 시 당직 정지 조항은)누군가 오해하듯 한두 사람의 거취가 문제인 게 아니다. 여차하면 당을 일대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안 위원장의 반발을 두고 당 지도부 내에선 불편한 기색이 흘렀다. 지도부 내 한 인사는 “엄연히 비대위가 전준위의 상급기구인데, 비대위의 판단에 불복해 전준위원장이 입장문을 낸다는 게 부적절하다”고 했다. 전준위가 일으킨 ‘이재명 편향’ 시비가 번번이 비대위 부담으로 이어지자, 17일 비대위 회의에선 “전준위가 내지른 일을 언제까지 비대위가 치워줘야 하냐”는 성토까지 나왔다고 한다.

앞서 안 위원장은 지난 7월 전당대회 컷오프 규정 의결 당시에도 당내 파열음의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전준위는 지난달 4일 본선에 진출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가리는 예비경선에서 전준위는 당 중앙위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방안을 의결했지만, 비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졌다.

그러자 이튿날 비대위는 중앙위원 투표 100%인 기존 규정으로 이를 돌려놓았고, 이에 안 위원장은 당시 위원장직 사퇴라는 초강수로 맞섰다. 결국 당무위가 당 대표 예비경선만 여론조사 30%를 반영하고,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중앙위원 투표 100%로 하는 절충안을 마련하며 내홍은 겨우 잦아들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안규백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안규백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고비마다 친이재명계와 같은 결정을 하는 안 위원장을 두고 당내에선 “친명계로 편입했다는 증거”라는 뒷말도 나온다. 한때 ‘SK(정세균)계 좌장’ 격이었던 안 위원장이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정치 퇴진으로 구심점을 잃자. ‘친명계’로 합류하며 전준위에서도 이 의원의 편을 들어줬다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이재명 의원에 뭔가 자리라도 보장받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준위 진행이 편파적”이라고도 주장했다.

실제 안 위원장이 차기 지도부에서 원내대표직에 도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그는 지난 4월에도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지려 했지만, 출마 회견 1시간 전 정 전 총리의 출마 만류 전화를 받고 도전을 멈췄다. 정세균계로 분류돼 온 또 다른 의원은 “정 전 총리 지지모임인 광화문 포럼은 이제 정말 해산했다. 아마 내년 4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안 위원장이 친명계 주자로 등판하는 걸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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