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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다시 유럽의 병자 될 수도”…러 가스 공급 줄고 대중 수출 타격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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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 대국인 독일이 최근 ‘퍼펙트 스톰(복합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6일 보도했다. 인플레, 에너지 위기, 공급망 등 외부 변수로 독일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공급이 줄고, 코로나19 봉쇄로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다.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이 명목 금액 기준 4조2565억 달러(2022년 국제통화기금 전망치)로 세계 4위, 유럽 1위다. 200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중국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 의존형 경제 모델로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1위 국가인 독일은 최근 러시아의 보복으로 가스관을 통한 공급량이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었지만 올해 들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다수의 경제 중심지가 봉쇄되면서 교역량이 감소했다.

FT는 이 때문에 독일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올해 물가는 전년 대비 8.5% 올랐고, 소매 매출은 8.8% 줄었다. 지난 5월 무역수지는 1991년 독일 통일 이래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유로존은 0.7% 성장했지만, 독일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독일경제연구소(ZEW)가 전망한 8월 경기기대지수(ESI)는 2011년 이래 최저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최근 “과거 부주의하게 ‘한 바구니에 모든 걸 담지 마라’는 경제학 원칙을 위배했다”며 “공급망·수출시장의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러시아·중국에 의존했던 경제 정책의 개선을 강조했다.

독일은 통독 이후 고실업·저성장으로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렸지만 2000년대 들어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총리가 노동·복지·연금을 개혁하면서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을 강화했다. 슈뢰더의 정책은 후임인 기민당의 메르켈까지 이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메르켈의 자서전 작가인 랄프 볼만을 인용해 “러시아의 값싼 가스를 사들이고, 중국에 상품을 대량 수출한 것”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블룸버그는 “최근 수출 전략이 무력화하면서 독일이 다시 ‘유럽의 병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에선 7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1% 올라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고 영국 통계청이 밝혔다. 이는 1982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가 2008년 8월(13.2%) 이후 가장 높은 12.7% 올랐다. 특히 빵·시리얼·우유·치즈·계란 등 생필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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