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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성생활이 삶에 미치는 영향"…80세 만학도 박사의 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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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고씨의 논문 초록 이미지. 자료 대구대

김송고씨의 논문 초록 이미지. 자료 대구대

80세 만학도가 18년 만에 노인 성생활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인공은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송고(80)씨다. 그는 오는 19일 열리는 '2021학년도 후기 대구대학교 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박사 학위와 함께 총장 모범상을 받는다.

포항대 교직원으로 일하던 그는 늦은 나이에 못다 한 학업에 대한 꿈을 갖고 1999년 동국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다시 2002년 대구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18년만인 올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대구대학교 전경. 사진 대구대

대구대학교 전경. 사진 대구대

2년 4개월간 연구하면서 집필했다는 그의 박사 논문 제목은『노인의 성생활 및 성 태도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우울 매개 효과)』이다. 논문은 노인의 성 문제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노인의 기본적 권리인 성생활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씨는 논문 초록에서 "성공적 노화란 노화 과정에 노인 스스로가 사회와 자신에 대해 성공적인 적응을 해나가는 것이지만, 아직 노인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성 태도와 성생활과 관련된 서비스나 프로그램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며 "노인은 성적·신체적 기능 저하로 성생활 유지에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성생활을 중요한 삶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으며, 성 태도와 성생활, 삶의 질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경상북도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280명을 대상으로 성생활(성 욕구 등), 성태도(전통적 성태도 등), 우울(우울대처행동 등) 등에 대한 설문 연구 결과를 근거로 했다.

김송고씨. 사진 대구대

김송고씨. 사진 대구대

포항대 사회복지학과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도 10여년간 노숙자·독거노인을 위한 식사제공 봉사활동을 한 그는 "박사 학위가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에 걸맞게 연구 분야인 노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지금까지 해온 학업과 봉사활동을 더 열심히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만학도 박사 학위 취득 사례는 종종 있다. 대구에선 지난 2월 82세 전국 최고령 ‘만학도’ 박사가 나오기도 했다. 박종섭 무형문화재 거창전수교육관장은 지난 2월 16일 계명대 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 박사 수료 후 23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박 관장은 박사과정 수료 23년 만인 올해 『거창지역 구비문학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은 백제 무왕의 왕비가 신라의 선화공주라는 찬반 논란에 관해 쓴 것으로, 학계의 관심이 높은 분야다.

충북 음성 극동대 사회복지학과엔 손수춘(77)씨가 있다. 그는 올해 수시모집 전형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손씨는 아크릴 재생·제조업으로 성공한 사업가로, 6년 전 사업을 정리하고 배움의 한을 풀고자 공부를 시작해 최고령 신입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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