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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지구 떠나라" 독해진 이철규…1년전 질긴 악연 얽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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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왼쪽)와 이철규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왼쪽)와 이철규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윤 인사로 꼽히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입이 독해졌다. 현 여권 위기 상황의 책임을 당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에 돌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난타전을 벌이면서다.

지난달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징계 배경에 윤핵관 그룹이 있을 것이라 주장하거나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를 비판했을 때만 해도, 이 의원은 “후안무치” “앙천대소” 등의 4자 성어로 이 전 대표를 다소 ‘점잖게’ 나무랐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에서 윤핵관으로 자신과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으로 지목하며 “호가호위한다”고 하자 이 의원도 한껏 발언 수위를 끌어올렸다. “입만 열면 거짓말”, “아주 사악한 사람”이라거나 “이 전 대표가 지구를 떠난다면 호남에라도 출마하겠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권 원내대표나 장 의원에 비해 이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에, 정치권에선 “비교적 운신의 폭이 넓은 이 의원이 총대를 멨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인 권 원내대표나, 윤핵관 중 핵심으로 불리는 장 의원이 이 전 대표와 전면전을 벌이긴 부담스러워 그가 전면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 의원이 이 전 대표 저격에 앞장서면서 두 사람의 악연도 주목 받고 있다. 이 의원과 이 전 대표 갈등의 시작은 비대위 국면 1년여 전인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의 법령 위반 의혹이 제기된 이 의원 등 6명에게 탈당·제명 권고를 내렸다. 이에 이 의원은 “의혹만으로 탈당할 수 없다”고 맞섰다. 윤 대통령의 경선 캠프 본부장급 인사들이 탈당 권고 대상에 3명이나 포함된 걸 지적하며 “정치적 탄압을 당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요구 조치를 재논의할 계획은 없다”며 ‘선당후사’ 정신을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성 상납과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부인하며 징계의 부당함을 호소했던 이 전 대표의 논리와 이를 비판하는 이 의원의 입장이 당시엔 뒤바뀌어 있었다. 이 일로 윤석열 경선 캠프의 조직본부장 직을 내려놨던 이 의원은 경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고서야 캠프에 재입성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물밑 갈등은 지난해 9월 당원 배가 우수 시·도 당원협의회 표창장 수여식을 두고도 벌어졌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원이 당원협의회회장을 맡고 있는 동해-태백-삼척-정선 지역구가, 당시 강원 지역에서 가장 책임당원을 많이 모집하고도 수상 명단에서 누락되는 일이 있었다. 결국 이 의원이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한기호 의원에게 항의한 후에야 수상자가 번복됐다. 한 의원은 사무총장 명의로 “실무진의 착오가 있었다”는 사과문을 내고 담당자를 문책하는 인사 조치도 내렸다.

이 의원은 중앙일보에 “윗선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를 배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개입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기호 의원은 “모르는 일”이라며 “그 얘기가 지금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냐”며 되묻기도 했다. 당 관계자도 “이 의원 이름이 수상 명단에서 누락됐다 다시 포함된 건 맞지만 실무진 실수에 불과한 일이었다. 지도부 의지로 확대 해석 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윤 대통령을 사이에 놓고 종종 부딪혔다. 지난 1월 6일 윤 대통령이 이 의원을 당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임명하자, 이 전 대표는 이 의원이 윤핵관이라는 이유로 비토를 놨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이 의원 임명을 강행했다. 이런 일이 있은 직후 의원총회를 개최한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윤 대통령이 의총장에 찾아와 갈등이 극적 봉합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팽팽하게 지속된 윤핵관 그룹과 이 전 대표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이미 13일 기자회견에서 당 혁신 방안을 담은 책을 펴내고 당원들과 소통할 커뮤니티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장기전을 예고했다. 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핵관과 호소인들의 성공적 은퇴를 돕겠다”며 차기 전당대회에 간접적으로 관여할 뜻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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