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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 정부 첫 예산 편성, 재정건전성 회복에 초점 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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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 5년간 재정이 바닥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부터 긴축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재정이 바닥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부터 긴축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바닥 드러낸 국가 재정긴축 불가피

기업 투자 활성화로 재정 확충해야

정부가 장차관 이상 공무원의 임금을 10% 반납받는 방향으로 내년도 예산 편성 작업을 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이다. 추 부총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 작업을 하고 있는데,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 679조5000억원(추경 포함)보다 30조원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어제 광복절 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할 것”이라며 이 같은 예산 긴축 방침을 확인했다.

지금 우리 정부의 재정 상황은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8.7%에 달하는 확장으로 국가 재정이 빚더미에 올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600조원대에 머물던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6%대에서 50%대로 뛰었다. 2025년에는 6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예산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현금성 복지가 크게 늘어났고, 설상가상으로 선거철과 코로나 지원금이 이어지면서 추경을 10차례나 남발한 탓이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1~2%대 저성장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가채무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불어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윤 정부가 첫 예산 편성의 기조로 긴축을 선언한 것은 이 같은 재정 상황의 절박성을 드러낸다. 요컨대 이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국가 재정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출은 크게 늘리면서 세금만으로 충당이 안 되자 국채 발행을 통해 나라 살림을 꾸려온 지가 벌써 4년째에 이르고 있다. 기업이나 가계라면 파산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허리를 졸라매는 것은 필요조건에 그친다. 윤 정부 역시 사병 월급 200만원, 기초연금 40만원, 영아부모급여 70만원 등을 약속하며 복지 예산을 늘렸다. 반면에 세계경제 상황 악화로 기업 수익은 늘어나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복합위기 대응과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해 5년간 60조2000억원의 법인세·소득세 감면이 예고돼 있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통해 2027년까지 앞으로 5년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60%, 관리재정수지 -3%’의 틀에서 재정을 관리하기로 했지만 이래서는 지켜질지 의문이다.

결국 돌파구는 기업의 생산성 제고밖에 없다. 악성 규제를 풀고 노동·교육 개혁을 통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려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면서 납세액을 늘려 다시 나라 곳간이 채워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대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런 선순환 구조가 현실이 돼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닥을 드러낸 나라 곳간의 건전성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