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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만세 삼창'한 尹 대통령 부부…김구·안중근·윤동주 필체도 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통령 내외분께서 김영관 애국지사, 독립유공자 후손분들과 함께 입장하고 계십니다.”

15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사회자의 소개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잔디마당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오자, 군악대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미리 와 있던 독립유공자 및 유족, 국가 주요 인사, 정당 대표 등 300여명도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을 맞이했다. 국정 무대를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식을 이곳에서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77회 광복절을 맞아 청사 앞 무대엔 ‘위대한 국민 되찾은 자유 새로운 도약’이란 글씨가 각기 다른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먼저 무대에 오른 배우 최불암씨는 이 주제어를 가리키며 “국민은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자유는 안중근 의사의 장부가, 도약은 윤동주 지사의 서시에서 필체를 집자해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국가 제창을 했는데, 펄럭거리는 윤 대통령 부부의 마스크가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후 기념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선 장호권 광복회장은 “일본과의 공존 공생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침략과 수탈에 대한 진솔한 고백과 사과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순서로 항일운동, 임시정부 지원 등 독립을 위해 희생한 유공자 303명에 대한 훈장·표창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들 중 5명의 유공자 후손들에게 훈장을 직접 전달했다.

 이어 마이크 앞에 선 윤 대통령은 13분간 경축사를 읽어내려갔다. 크고 작은 박수가 20차례가량 나왔는데,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모든 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한다”는 대목에서 박수 소리가 유독 컸다. 일본을 “힘을 합쳐야 할 이웃”으로 칭하면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는 발언 직후에도 박수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고(故) 이두규 지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한 뒤 손녀 김복식씨에게 훈장증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고(故) 이두규 지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한 뒤 손녀 김복식씨에게 훈장증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독립의 순간을 표현한 ‘기쁨의 아리랑’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노래한 ‘아름다운 나라’가 연결된 경축공연이 진행됐다. 세대별로 구성된 국민합창단 77명과 베이스 이준석씨, 뮤지컬 배우 차지연씨, 국방부 성악병 4명의 협연이 펼쳐졌다.

 윤 대통령은 검은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 김건희 여사는 흰색 재킷과 치마 차림으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 부부 모두 왼쪽 가슴에 광복절 태극기를 상징하는 태극 문양 행커치프를 꽂았다. 윤 대통령 부부는 국내외 독립 유공자 후손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고 만세 삼창을 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공식행사에 참석한 건 지난달 28일 ‘정조대왕함’ 진수식 이후 18일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경축사를 두고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특히 윤 대통령이 33번이나 언급한 ‘자유’가 쟁점이 됐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광복이 우리 시대에 부여한 자유라는 막중한 가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에는 독립운동가와 건국 주역의 피땀이 녹아있다”고 썼고,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자유와 번영의 물결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반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자유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근거로 삼기 위해 독립운동의 의미를 협량하게 해석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자유의 가치를 내세워 추진하겠다는 정책에 대해서 ‘양두구육(양 머리를 걸고, 뒤로는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전남 순천대에서 토크콘서트에 나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억압하고 힘이 있으면 비록 타인에게 폭력이 되더라도 자유롭게 행사하는 것을 진정한 자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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