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태원-빌 게이츠 손 잡았다…'620조원' 차세대 원전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넷 제로' 목표 조기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손을 잡았다. SK그룹은 게이츠가 설립한 소형모듈원자로 설계기업 테라파워에 3000억원을 지분 투자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뉴시스

'넷 제로' 목표 조기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손을 잡았다. SK그룹은 게이츠가 설립한 소형모듈원자로 설계기업 테라파워에 3000억원을 지분 투자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뉴시스

‘넷 제로(Net-Zero·탄소 실질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 달성에 집중하고 있는 SK그룹이 원자력발전 분야에도 진출한다. 윤석열 정부의 ‘탈(脫) 원전 폐기’ 선언 이후 국내 기업들의 원전 사업 진출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선두주자인 SK그룹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설계기업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 규모로 지분 투자한다고 15일 밝혔다. SK그룹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승인을 받아 지분 투자를 완료했으며, 한국·동남아 등에서 테라파워의 원자로 상용화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업체다. 차세대 원자로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Sodium-cooled Fast Reactor)’ 설계기술을 보유했다.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보다 안정성과 경제성에서 진일보한 4세대 원전 기술로 통한다. 핵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면서도 높은 안정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라파워는 4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듐냉각고속로' 설계기술을 가진 회사다. 지난 1월 테라파워 테스트 엔지니어인 제이콥 윌콕스가 소듐 프로세싱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테라파워는 4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듐냉각고속로' 설계기술을 가진 회사다. 지난 1월 테라파워 테스트 엔지니어인 제이콥 윌콕스가 소듐 프로세싱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SK그룹은 지난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넷 제로’ 조기 달성을 결의한 뒤 1년여 동안 검토한 끝에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최태원 회장 주도로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의 1% 감축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밝힌 SK그룹은 탄소 배출 없는 안전한 전력원으로서 SMR 경쟁력에 주목해 왔다. 최태원 회장과 빌 게이츠가 ‘넷 제로’ 미래를 위해 손잡는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테라파워는 SMR 외에도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액티늄-225 생산기술도 갖고 있다. SK그룹은 에너지뿐 아니라 바이오 분야에서도 다양한 사업기회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강국’ 부활 나서는 한국 기업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방침에 따라 지난 문재인 정부 동안 움츠러들었던 한국 원전기업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원전 강국의 위상을 부활해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넷 제로’ 추세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선두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가 내놓은 ‘2030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뛰고 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맥이 끊겼던 원전 수출에 나서는 셈이다. 한수원이 지난 1월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집트 엘다바 원전 4기 부속건물 건설사업에 이어 체코·폴란드·루마니아 등 동유럽 원전 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다.

GS에너지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이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지난 4월 전 세계에 SMR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은 체결식에 참석한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왼쪽부터),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사장, 나기용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이병수 삼성물산 부사장. 사진 GS그룹

GS에너지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이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지난 4월 전 세계에 SMR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은 체결식에 참석한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왼쪽부터),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사장, 나기용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이병수 삼성물산 부사장. 사진 GS그룹

4세대 원전인 SMR 분야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GS에너지 등이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이들 회사는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손을 잡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제작협약을, 삼성물산과 GS에너지는 사업개발 공동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가압기 등을 일체화한 300㎿ 이하 소규모 원전이다. 대형 원전 대비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배관 설비가 없어 자연재해에도 방사성물질 누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 고온의 증기를 활용해 경제적인 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SMR은 2030년 이후 상용화가 예상되며 2035년까지 390조~620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