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펠로시 논란 속…美상원 '대만=동맹국' 못박는 법안까지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일 대만 총통실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일 대만 총통실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 상원이 추진 중인 ‘2022 대만정책법안(Taiwan Policy Act of 2022)’이 미·중 관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의 중국’ 사실상 반박 #통과시 中 강력 반발 예상 #백악관, 법안 수정 시도 중

민주당과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대만을 미국의 동맹국으로 지정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이 내세워 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대폭 수정하는 내용이다. 백악관은 중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기 위해 법안 통과 저지에 주력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정책법안은 초당적 차원에서 입법 추진 중이다.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과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 등 여야 거물급 의원들이 공동 발의했다. 대만의 방어 능력과 대만과 미국 간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법안의 목표다.

핵심 내용은 대만을 ‘주요 비(非)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향후 4년간 35억 달러(약 5조9000억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만이 각종 국제기구와 다자무역협정에 참여할 수 있는 외교적 기회를 증진한다는 조항도 들어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로켓군 부대가 지난 4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중국 동부전구 위챗 계정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로켓군 부대가 지난 4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중국 동부전구 위챗 계정 캡처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으로선 대만의 ‘동맹국 지정’은 사실상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조지 W. 부시 행정부 이후 사실상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여겨졌던 대만의 지위가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중국이 조건으로 내세운 ‘하나의 중국 원칙(principle)'을 '하나의 중국 정책(policy)'으로 해석해 받아들였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국가가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것이다. 대신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대만과 단교는 했지만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미국이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할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양안(兩岸) 어느쪽과도 관계를 끊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안된 대만정책법이 시행된다면, 지금껏 미국이 견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은 사라지게 된다. 메넨데스 위원장이 “이 법안은 79년 대만관계법 제정 이후 가장 포괄적으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정립하는 것”이라고 밝힌 이유다.

백악관은 법안 통과를 우려한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가뜩이나 중국 정부와의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미·중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백악관은 이 법안이 미·중 관계를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여긴다”며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 중”이라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일부 법안 내용에 대한 수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당초 지난 3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심의될 예정이었지만,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 표결로 다음 달로 미뤄졌다. 메넨데스 위원장은 “일정 연기로 법안을 다듬을 여지가 생겼다”며 법안 수정 여지를 남겼다. 폴리티코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 상원에서도 해당 법안을 둘러싼 일부 우려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원 의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에선 백악관의 태도가 ‘지나친 중국 눈치보기’라며 법안 수정에 반대하고 있다. 짐 리시 공화당 상원 의원은 “백악관은 이미 대만 정책을 충분히 훼손해 왔다”며 “백악관이 법안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백악관은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대만을 위해서 우리는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