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지옥 문 연 그…짠했다" 절친 정우성이 본 '감독 이정재'

중앙일보

입력 2022.08.08 14:54

업데이트 2022.08.08 18:44

첩보액션 영화 '헌트'에 절친 이정재와 23년 만에 동반 출연한 정우성은 ″부담이 컸지만, 기준점 이상의 만듦새가 나온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첩보액션 영화 '헌트'에 절친 이정재와 23년 만에 동반 출연한 정우성은 ″부담이 컸지만, 기준점 이상의 만듦새가 나온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90년대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만나 친구가 된 두 배우가 스타라는 수식어에 머물지 않고 진심으로 영화를 해왔다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은 것 같아 안도하고 있습니다."
충무로 절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10일 개봉)에 주연으로 출연한 정우성은 작품의 만듦새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기준점 이상은 보여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절친 이정재 감독 데뷔작 '헌트'에 출연한 정우성 #23년만의 동반출연에 부담 "욕 안먹게 잘 만들자" #"닮은 듯 다른 두 캐릭터, 실제 우리 모습과 닮아" #"천만 영화 아직 없지만, 내 필모는 도전의 연속"

'헌트'는 이정재의 첫 연출작이란 점 외에도 이정재·정우성 두 배우가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만에 동반 출연했다는 의미가 있다. 둘은 이번 영화에서 서로 한 치의 밀림도 없는 연기 대결을 펼친다.
1980년대 초 군부독재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고 갈등 하다가, 대통령 암살이라는 거대한 사건에 맞닥뜨리는 첩보액션 드라마다.
정우성은 스파이를 색출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해외팀 차장 박평호(이정재)의 뒤를 캐다가 감춰진 실체에 다가서는 국내팀 차장 김정도 역을 맡았다. 군인 출신으로 강직한 성품과 확고한 신념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이정재 감독의 첩보액션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김정도 차장 역을 맡은 정우성.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정재 감독의 첩보액션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김정도 차장 역을 맡은 정우성.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정재 감독의 첩보액션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김정도 차장 역을 맡은 정우성.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정재 감독의 첩보액션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김정도 차장 역을 맡은 정우성.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박평호와 김정도가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 이정재와 자신을 닮았다"고 말했다. "각자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 모습과, 따로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면서다.
"김정도와 박평호는 각자 처한 상황과 목표는 다르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향해 집요하게 내달린다는 점에선 비슷합니다. 우리 둘도 성향은 다르지만, 영화에 대해 진지하다는 건 똑같아요."

"닮은 사람들이 싸울 때 가장 무섭다"는 정우성의 말처럼, 박평호와 김정도는 끊임 없이 서로를 불신하고 대립하면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는 "박평호와 김정도가 취조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장면에서 데칼코마니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거울 너머의 상대를 보며 얘기하지만 결국 둘은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조직과 이념의 틀 안에서 각자의 딜레마에 갇힌 둘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슷하지만 다른 선택을 하는 과정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첩보액션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의 김정도 차장(정우성,오른쪽)과 박평호 차장(이정재)이 취조실 거울벽을 사이에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첩보액션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의 김정도 차장(정우성,오른쪽)과 박평호 차장(이정재)이 취조실 거울벽을 사이에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김정도 차장은 80년 5월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돼 잔혹한 참상을 목격한, 아픈 과거가 있다. 정우성은 "군인 답지 못한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 편에 섰던 아픔을 캐릭터에 싣기 위해 노력했다"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감정을 안고 연기하느라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대통령 암살 사건의 모티브가 됐던 아웅산 테러 사건을 극화하는 데도 부담을 많이 느끼고, 이정재 감독과 많은 논의를 했다고도 했다.
"사건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이웅평 미그기 귀순사건 등을 배치했는데, 역사적 사건을 뒤틀거나 허구로 채워 넣진 않았어요. 아웅산 사건의 경우 두 인물이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장소로만 사용했습니다. 사건 장소도 미얀마가 아닌, 태국으로 바꾸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요."

정우성은 '감독 이정재'와의 첫 작업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23년 만에 둘이 조우한다는 사실에 도취돼선 안된다' '욕 먹지 않을 만한 만듦새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촬영 내내 어깨를 짓눌렀다는 것이다.
"정재 씨가 연출 의사를 밝혔을 때 저는 '보호자'를 연출 중이었어요. 스스로 지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적극 지지해줬죠. 이정재 감독 데뷔작 아니었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현장을 즐겼을텐데, 우리의 도전을 의미 있게 만들려면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현장을 지켰습니다."

그는 또 "정재 씨가 연출자로서 무거운 짐을 온전히 감당해내면서 꿋꿋이 버티는 걸 보며 마음이 짠했다"면서 "오랫동안 현장에서 보냈던 시간과 경험이 이를 가능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두 캐릭터가 '멋져야 한다'는 막연함을 쫓았던 것 같아요. 막연한 걸 쫓다 보니, 채울 수 없었지만, 지금은 두 캐릭터의 고민과 갈등 같은 내면적인 걸 찾아 들어가게 됐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감이 생겼죠. 둘이 같이 할 만한 시나리오가 있다면 또 하고 싶네요."

첩보액션 영화 '헌트'에 절친 이정재와 23년 만에 동반 출연한 정우성은 ″부담이 컸지만, 기준점 이상의 만듦새가 나온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첩보액션 영화 '헌트'에 절친 이정재와 23년 만에 동반 출연한 정우성은 ″부담이 컸지만, 기준점 이상의 만듦새가 나온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 이어 감독 데뷔까지 합격점을 받은 이정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 제작에 이어 첫 장편 연출작 '보호자' 개봉을 앞둔 정우성, 두 절친이 동시에 전성기를 맞은 것 같다는 말에 정우성은 손사래를 쳤다.
"둘 다 전성기라 하는 특정 시기에 머무르지 않았어요. 지금도 진심으로 즐기면서 일하는 여정의 일부분인 거죠. 그리고 '내 것은 없다. 작품을 위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어요. 꾸준히 하면서 좋은 콘텐트를 빨리빨리 세상에 내놓고 싶습니다."

배우, 제작자에 이어 감독까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성공은 한 순간의 성취가 아니라, 목표한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가로 판가름 난다"면서 "'이 작품은 왜 해?'라는 얘기를 늘 들으면서도 겁 없이 도전했다"고 강조했다.
"'청춘의 아이콘' 이미지를 깨려고 '똥개' 같은 영화에 도전했고, '마담 뺑덕' '호우시절' 등 선택했다 외면 받은 영화도 많아요. 도전과 의미의 관점에서 영화를 선택하다 보니, 아직까지 1000만 영화가 없네요. 하지만 모든 결과가 내 선택이기 때문에 성공 앞에 겸손하고, 실패도 극복할 수 있다고 봐요. 작품 덕에 얻은 수식어를 절대 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해보고 싶은 것에 계속 도전하고 있는 겁니다. 현장은 정말 재미있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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