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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800억 든 새 광화문광장, ‘시민 공간’ 취지 살려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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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7일 오후 1년 9개월 만에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1년 9개월 만에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도심 속 휴식 공간 원하는 시민 많아  

구체적·합리적 집회 승인 기준 필요

광화문광장이 면적을 2배 키워 1년9개월 만에 시민들을 맞았다. ‘도심 속 시민 휴식 공간’이라는 취지에 맞춰 곳곳에 나무 5000그루가 심어져 이전 광장의 3배 넘는 녹지가 생겼다. 재개장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듯 무더위에도 지난 주말 수많은 이가 광장을 찾았다.

이런 활기찬 풍경이 펼쳐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전 세종대로 한가운데 위치한 광장은 2009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나서 조성했다. 이를 고 박원순 전 시장이 2017년 현재의 모습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반발과 시민단체 등의 ‘예산 낭비’ ‘교통체증 심화’라는 지적이 빗발치자 박 전 시장은 2019년 가을 “시민 소통의 결과에 따르겠다”며 잠정 중단했다.

그러던 광장 재조성 사업은 박 전 시장 유고 4개월 만인 2020년 9월 서정협 당시 시장대행이 갑자기 수정계획을 발표해 그해 11월 첫 삽을 떴다. 제대로 된 여론 수렴도 없었던 데다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비판이 거셌다. 여야를 막론하고 새 시장이 선출된 후에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서울시는 집회·시위보다는 시민의 일상이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고 광장 재조성 취지를 앞세웠다. 지난해 4월 시장 보궐선거에서 사업에 부정적이던 오세훈 시장이 당선됐지만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여돼 되돌릴 수 없었다. 애초 791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던 공사비는 815억원으로 늘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이 조성 취지대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이런 취지에 맞지 않는 집회는 허가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전에도 광화문광장은 사용·관리 조례에 따라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을 위한 행사로 판단되면 승인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신고한 내용과 달리 집회·시위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시민들은 휴식 공간은 고사하고 통행과 소음에 시달리는 시간이 많았다. 서울시는 교통·법률·소음·경찰·행사 등 5개 분야 전문가로 자문단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형식적이던 승인 절차를 더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이 방침대로라면 문화행사를 빙자해 사용 허가를 받은 뒤 집회·시위를 하거나 무단으로 천막을 설치하며 농성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행위라는 반발도 나온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서울시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집회 허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집회를 열고자 하는 이들도 ‘휴식 공간, 도심 공원 조성’(33%), ‘시위 없는 공간’(17%)을 원한다는 시민 설문조사 결과는 물론 모처럼 가족·연인과 광장을 찾은 이들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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