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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윤핵관은 삼성가노” 친윤계 “척 져서 대표 복귀 불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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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호 03면

서병수 국민의힘 상임전국위 의장(왼쪽 둘째)이 5일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병수 국민의힘 상임전국위 의장(왼쪽 둘째)이 5일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5일 여러모로 뒤숭숭했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지지율이 24%로 떨어지고 정당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에 역전당했다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데 이어 잠시 뒤엔 당이 ‘비상 상황’인지를 따지는 상임전국위원회가 열렸다. 표결 결과 과반이 동의하면서 이준석 대표 해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9일 전국위에서 비대위 안건이 통과되면 이 대표는 자동 해임된다. 친윤계가 밀어붙이는 이 대표 ‘축출’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게 된 셈이다.

상임전국위가 이날 내린 결론의 핵심은 비대위 출범의 근거를 마련하고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며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당헌 개정안을 부결한 것이다. 이로써 비대위 출범을 위한 절차적 문제는 사실상 해소됐다. 오는 9일 전국위에서는 비대위원장 임명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서병수 상임전국위 의장은 비대위원장 임명과 관련해 “그날(9일) 하루에 할 수 있을지 기술적으로 확인하는 문제가 있다”며 “정상적으로 한다면 그날 하루에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곧바로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상임전국위 직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이 비상이라면 직무대행인 원내대표는 사퇴했나요? 최고위원은 몇 명 사퇴했나요?”라며 “사퇴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비상’이란 코미디를 오늘 목격한다”고 비판했다. 권 대표 직무대행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지 않고,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한 배현진·윤영석 의원이 여전히 최고위원으로 의결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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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전날에 이어 윤 대통령에게도 거듭 직격탄을 날렸다. 여당 위기의 책임이 윤 대통령 때문이란 응답이 52.9%라는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를 페이스북에 게재하면서다. 자신을 ‘내부 총질하는 당대표’로 비난했던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서도 “당대표가 내부 총질한다는 문장 자체가 형용 모순”이라며 “사장이 직원 지시에 불응한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남성층에만 어필하는 이 대표 때문에 여성표를 잃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을 두고는 “모든 세대에 미움을 받는 당을 만들려는 바보들의 합창”이라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지지율 위기의 핵심이 뭔지 국민은 다 안다”며 “윤핵관의 핵심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2017년 대선 때 세 명의 후보를 밀었던 삼성가노(三姓家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사람이 대중 앞에는 나서지 못하면서 영달을 누리고자 하니 모든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라며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도망갈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삼성가노란 ‘성을 셋 가진 종놈’이란 의미로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에서 장비가 여포를 비난할 때 쓴 표현이다. 소설 속 여포가 정원·동탁 등 양아버지를 바꿔가며 배신한 게 여씨·정씨·동씨 등 세 가지 성을 쓴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선 “윤핵관의 핵심인 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 측 인사도 “장 의원이 2017년 대선 당시 바른정당 대변인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돕더니 반 전 총장 사퇴 뒤엔 유승민 후보를 도왔다가 대선 직전엔 자유한국당에 재입당해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향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에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가처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3일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 공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가처분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고 주변에도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반면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 복귀 불가론이 여전히 견고하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잘잘못을 떠나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척을 졌는데 복귀하면 당과 대통령실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겠느냐”고 말했다. 당내 비윤계 의원들 사이에서 이 대표의 ‘명예 퇴진’이 거론되는 것 또한 이 대표가 복귀한다고 해도 당대표로서 실권을 갖기가 어려울 것이란 현실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복귀하면 대통령이든 이 대표든 누군가는 백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될 텐데 그 자체가 여권엔 엄청난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몇몇 인사들도 현실적 한계론을 거론했다. 이 대표를 강하게 두둔해온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은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는지 잘 알 것”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당대표에선 손을 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이 정도 됐으면 당이 틀린 길을 가더라도 혼란을 더 크게 만들 순 없다”며 “본인이 가처분해서 이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는 게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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