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이르면 2일 밤 대만에 도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 해군의 항공모함타격단과 강습상륙함 2척이 대만 주변에 집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중국과의 우발적 충돌에 대비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인도ㆍ태평양 지역 군사 정세를 전문으로 다루는 SNS 계정인 ‘인도퍼시픽뉴스’에 따르면 미 7함대 소속 핵 추진 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이 이끄는 항모타격단과 강습상륙함인 트리폴리함(LHA 7), 아메리카함(LHA 6) 등이 대만해협 인근으로 몰리고 있다.
레이건함은 지난달 26일 싱가포르를 떠나 남중국해로 진입한 뒤 1일 현재 필리핀 북부 루손 섬 북서쪽에서 항행 중이다. 트리폴리함도 오키나와를 지나 이미 필리핀해에 접어든 것으로 포착됐다.
이날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인 미해군연구소(USNI) 뉴스에 따르면 아메리카함은 7함대 관할인 일본 나가사키현의 사세보항에서 출항을 준비 중이다. 트리폴리함과 아메리카함은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수직이착륙형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어 사실상 경항모 역할도 한다.
앞서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군사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민심은 저버릴 수 없다. 불장난하면 반드시 자신이 불에 탄다”고 크게 위협했다.
이튿날 중국 공산당의 선전가인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전 총편집인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펠로시 의장이 탄 항공기를 내쫓거나 격추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내놨다.
이같은 중국의 위협에 미 국방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안 계획을 가동하고 있다. 항모타격단 등 미군 전략자산의 이동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펠로시 의장의 동선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2일 밤 대만에 도착해 이튿날 떠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펠로시 의장을 비롯해 다른 누군가가 순방한다는 결정이 내려지고 군사적인 지원을 요청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방문이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