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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된 전현희 되레 웃는다? "감사원장 역대급 실언" 앓는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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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사진)이 1일 시작한 자신의 근태와 관련한 감사원의 특별감사에 '표적감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사진)이 1일 시작한 자신의 근태와 관련한 감사원의 특별감사에 '표적감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1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한 가운데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키워드인 ‘공정’을 꺼내 들며 반박에 나섰다. 전 위원장은 자신의 ‘상습지각’ 의혹 제보가 감사원에 접수됐다는 보도 뒤 지난 주말에만 네 차례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남겼다. 모두 자신의 근태를 겨냥한 감사가 “이례적 표적감사”이자 “공정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도 “독립기관인 권익위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에 또 다른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동원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선 전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오히려 이번 감사를 계기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전현희 '공정'으로 반발, 감사원은 전방위 감사 돌입 

지난 28~29일 예비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은 이날 공직자의 부정부패 의혹을 담당하는 특별조사국 감사관 7명을 권익위에 투입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의 표적감사 주장에 공식적으론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전 위원장의 ‘여론전’에 불쾌하다는 분위기다. 전 위원장의 근태에만 감사 내용이 국한된 건 아니라서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지난 2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권익위 관련 제보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겼다”고 답했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상습지각 외에도 전 위원장 업무 전반에 대해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 2월 전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이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해 민주당의 강원 유세 기간 현장 간담회를 열었던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행정심판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전 위원장의 방문에 “정치개입을 중단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2월 설악산오색케이블카 관련 권익위의 관계기관 의견수렴 현장간담회가 양양군청에서 열린 가운데, 간담회에 참석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시민단체들이 "정치 개입을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설악산오색케이블카 관련 권익위의 관계기관 의견수렴 현장간담회가 양양군청에서 열린 가운데, 간담회에 참석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시민단체들이 "정치 개입을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위원장은 감사와 관련해 권익위를 통해서가 아닌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입장을 내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정치인 전현희’에 대한 찍어내기라 규정했기 때문이다. 전 위원장은 권익위 직원들이 자신에게 보낸 응원 메시지도 공개하며 “서울에서 업무를 본 뒤 오후에 세종에 도착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걸 지각이라고 감사하려면 모든 장관을 똑같은 잣대로 감사해야 공정”이라고 주장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슈의 중심에 선다는 점에서 ‘정치인 전현희’에겐 이번 감사는 전혀 나쁠 게 없다”고 했다. 야당도 지난주 국회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원기관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최재해 감사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감사원장 사퇴를 요구 중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현희 권익위원장 표적·청부 감사에 돌입한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위법적 커밍아웃까지 했다”고 날을 세웠다.

與, 감사원장 발언에 속앓이 "역대급 실언" 

앞서 수차례 공개적으로 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여당은 이번 감사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관련 논평도 내지 않았다. 내부적으론 상습 지각 문제로 장관급 기관장을 찍어내는 모양새가 역풍을 부를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상습 지각은 경징계 이상 가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이것 외에 다른 의혹들이 나오지 않으면 망신주기 프레임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여당은 특히 지난주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의 국회 출석 발언과 태도를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최 위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기관"이란 발언을 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최 위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기관"이란 발언을 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최 원장의 ‘대통령 지원기관’ 발언은 역대급 실언”이라며 “그런 발언과 전 위원장의 감사가 함께 진행되니 야당의 비판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여당 법사위 위원도 “야당 의원과의 질의에서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던 유 사무총장의 태도에 놀랐다”며 “감사원은 실제 공정함뿐 아니라 보이는 공정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감사원은 최 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1일 해명자료를 내고 “감사원이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하는 것은 불변의 과제이지만 독립성을 갖춰야 하는 이유도 정부가 일을 잘하도록 하려는 감사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마음대로 국정운영을 하도록 대통령 편을 든다는 의미의 국정운영 지원의 뜻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제 장관급 기관장의 근태 위반이 있었다면 그것 역시 큰 문제”라면서도 “감사원장의 발언과 표적감사 논란 등 감사원이 스스로 기관의 위상을 낮추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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