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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맛집, 갬성 카페에 아쉬운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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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9호 30면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서울시청 주변에 1967년 오픈한 식당이 있다. 국내 최초의 이탈리안 식당이자,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단골식당이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실내 인테리어부터 테이블 장식까지 모두 고풍스럽다. 묵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간여행이라도 온 듯 가슴이 설렌다. 나이 지긋한 웨이터들은 모두 드레스셔츠(와이셔츠)에 검정 슈트를 입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클래식이구나! 그런데 메뉴판을 들고 웨이터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4번에 적힌 면과 소스 조합이 좀 복잡한데, 이거 어떻게 주문하나요?” “대부분 5번·6번에서 주문하십니다.” “예전에 국물 있는 파스타를 먹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잘 안 나서요.” “그런 메뉴는 없습니다.” “……” 이후에도 한국 최고(最古)의 클래식 식당은 손님의 기대를 계속 저버렸다. “껍데기만 클래식이었어.”

맛집으로 유명한 노포들의 불친절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된 집일수록 맛과 서비스 모두 훌륭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유명한 집일수록 서비스가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떤 집은 맛도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불편한 서비스는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갬성’ 카페·식당도 마찬가지다. ‘인증샷’ 찍기 좋은 인테리어와 개성 있는 비주얼 공간을 갖췄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불친절하다. 물컵의 입 닿는 부분을 손으로 쥐고 내놓는 종업원이 부지기수.

유명 노포, 핫 카페의 불친절한 경험
고객 환대 매뉴얼 교육 준비할 때

혹자들은 노포의 불친절함에 대해 불평의 화살을 홀 서빙 담당인 중국교포 아주머니들에게 돌린다. 말도 잘 안 통하고, 퉁명스럽다고. ‘갬성’ 카페·식당에선 ‘알바 뛰는 요즘 젊은이들’을 싸잡아 흉본다. 청년 백수가 넘쳐난다는데 이렇게 성실치 못하니 참 한심하다고.

그런데 직원의 매너 교육은 사주·주인장의 몫이다. 기업과 업장이 추구하는 철학, 서비스 정신, 손님 환대 매뉴얼을 교육시켜야 할 책임이 그들에게는 있다.

매뉴얼로 따지면 ‘고객 환대’에 가장 엄격한 곳은 호텔 업종이다. 얼마 전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자사 웹진 ‘조선 라운지’에 시니어 호텔리어 4명이 정의하는 ‘조선터치’에 대한 글을 게재했다. ‘조선터치’란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추구하는 서비스의 방향을 총칭하는 단어다. 4개 부문 파트장인 호텔리어들은 각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100% 완벽함을 위해 내 업무·내 생각을 세심하게 체크하는 자세에서 시작되는 서비스” “먼저 다가가 고객을 이해하고,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 “정확함을 추구하는 서비스, 그 위에 더해진 정성과 공감” “고객에게 닿는 따뜻함, 깊은 고민과 공들임으로 완성된 정성,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우리의 본질” 등을 서비스 핵심 지향점으로 정의했다.

읽어 보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익숙하고 평범한 내용들이다. 관건은 요즘 ‘맛집·핫플’에는 이런 서비스 개념을 정리하고, 이해하고, 익히고, 실천하려는 사장과 직원이 드물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8일 런던에서 발표된 ‘2022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뉴욕에 있는 한식당 ‘아토믹스(Atomix)’가 33위에 선정됐다. 미국 내 레스토랑 중 최고 순위인데, 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함께 받은 ‘고객 환대(the art of hospitality)’ 특별상 수상이다. 이는 전 세계 레스토랑 중 가장 고객 환대를 잘하는 곳으로 선정됐다는 의미다. “레스토랑은 음식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만족을 주는 공간으로, 고객에게 오감만족은 물론 감동과 문화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는 게 이 상의 수상 목적이다. 외국인에게 낯선 한식을 소개하면서 어떡하면 한국 문화와 맛을 자연스레 전달할 수 있을까, 메뉴판에 한글 발음으로 한식 재료 이름을 적고, 모든 직원이 그 스토리를 하나씩 설명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 아토믹스 박정현·박정은 공동대표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한식은 세계 미식가들에게 ‘예술 같은 환대’를 받을 수 있는 음식으로 기억될 텐데 뉴욕이 아닌, 한국의 식당들은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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