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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골프 상금 너무 적었다"…LIV 돈의 유혹, LPGA 갈림길 서다

중앙일보

입력

2021년 L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자 고진영과 포즈를 취한 마쿠 서만 몰리 커미셔너. [AP=연합뉴스]

2021년 L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자 고진영과 포즈를 취한 마쿠 서만 몰리 커미셔너. [AP=연합뉴스]

골프계를 강타한 사우디 후원 LIV 바람이 여성 골프계도 흔들고 있다.

마쿠 서만 몰리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커미셔너는 지난 22일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LIV의 CEO 그렉 노먼이 대화하기를 원하면 전화를 받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그렉 노먼은 미국 팜비치 포스트에 “내부적으로 여자 대회에 대한 논의를 했고 가능성이 충분하다 생각한다”며 “여자 투어로도 확장할 가능성 100%”라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회사 아람코는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LET)에 아람코 팀 시리즈 6개 대회를 연다. 지난해 리디아 고, 넬리 코다 등 LPGA 스타 선수들이 참가했다. 아람코는 렉시 톰슨 등을 후원한다.

사우디 국부 펀드의 여자 골프 진출은 이미 시작 됐고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자 골프 메이저리그인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선 LIV와 적이 되느냐, 친구가 되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됐다.

LPGA 투어는 LIV의 숙적인 PGA 투어와 전략적 제휴 관계다. 그러나 여성골프계에선 PGA 투어가 실제 도움을 준 게 없고 이에 따라 LIV 쪽과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람코 팀 시리즈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 [사진 LET]

아람코 팀 시리즈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 [사진 LET]

LPGA 커미셔너의 “전화를 받겠다”는 발언의 배경이다. LPGA 투어는 아람코 팀 시리즈가 열리는 유럽 여자 투어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엘리트 여성 프로 골퍼들은 LIV에 대한 거부감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전 세계 랭킹 1위 크리스티 커는 “LIV의 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남자 투어와 비교해 여자 골프의 상금이 너무 적었다”고 했다.

넬리 코다는 현재로선 LPGA 투어에 머물 생각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매주 1000만 달러 상금을 제안하면 거부할 선수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LPGA의 한 베테랑 캐디는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PGA 투어의 욕심이 문제였다. LIV는 경쟁을 촉진하며 LIV 경기 포맷은 남성보다 여성 골프에 더 어울린다”고 했다.

미국 언론은 부자인 남자 선수들의 LIV 진출에 비판적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여성선수들의 사우디 대회 출전에 대해서는 느슨한 잣대를 댔다.

아람코 팀 시리즈에 참가한 LPGA 투어 스타 조지아 홀. [사진 LET]

아람코 팀 시리즈에 참가한 LPGA 투어 스타 조지아 홀. [사진 LET]

문제는 일부 선수들과 스폰서들이다. LPGA 선수 개비 로페스는 “LIV가 여자 골프에 뭔가 만들더라도 LPGA에 남을 것이다. 나의 핵심 가치는 돈이 아니라 챔피언십 우승이다”라고 했다.

카리 웹은 골프 채널에 “여자 선수들은 더 많은 경기 기회를 원하지만 사우디의 여성 차별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뭉쳐야 한다”고 했다.

웹은 호주 출신인 그렉 노먼과 매우 가까웠으나 노먼의 성소수자 비하성 발언에 대해 맹비난했고 이후 관계가 좋지 않다.

일부 LPGA 대회 스폰서들도 LIV를 꺼린다. 인권 문제와 911 연루설이 도는 사우디 회사와 엮였을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불매운동 등 저항을 받을 수 있다.

반면 LIV로서는 LPGA 투어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유럽 여자 투어 아람코 팀 시리즈는 남자 LIV 인비테이셔널과 포맷이 흡사하다.

아람코 팀 시리즈. [사진 LET]

아람코 팀 시리즈. [사진 LET]

팀의 캡틴을 두고 넬리 코다, 렉시 톰슨, 아타야 티티쿨 등이 참가해 방콕, 런던, 뉴욕, 소토그란데(스페인), 제다(사우디) 등을 돌며 대회를 치렀다.

이런 글로벌 시리즈를 키우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LIV가 남녀 혼성 대회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LIV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도 관심이 있다. LIV는 내년 (남자)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 위해 대회장을 알아보고 있다.

한국은 여자 골프의 인기가 높고 뛰어난 선수를 배출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 여자 골프 투어에도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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