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제 개막작 '편지' 주연 다마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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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일본 영화계에는 재일동포의 활약이 눈에 띄게 활발하다. 이상일 감독은 1960년대 일본 탄광촌의 풍경을 그린 '훌라걸스'로 내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의 일본 후보가 됐고, 재일동포 3세 가수 소닌은 9월 개봉한 영화 '백댄서스'의 주연을 맡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3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15~19일)의 개막작 '편지'의 주연으로 15일 한국을 찾은 다마야마 데쓰지(玉山鐵二.26)도 그중 한 명이다. 이름만 봐선 재일동포란 사실을 알기 어렵지만 엄연히 그의 몸에는 한국 피가 흐르고 있다. "아버지가 재일동포고, 저도 한국 국적이에요.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뿌리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가르치셨죠. 앞으로 한.일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영화 '편지'에서 그는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려다 실수로 살인을 저지른 형 다케시 역할을 맡았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갇힌 그는 동생에게 애정어린 편지를 보내지만 정작 동생은 형의 편지를 거부한다. 형이 살인범이란 이유만으로 직장도 잃고 사랑하는 여인과도 헤어져야 하는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죄와 벌, 사회적 차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작품으로 지난주 일본 극장가에선 흥행 3위에 올랐다.

"재소자 역할이라 머리도 밀고, 야위어 보이기 위해 몸무게도 빼야했죠. 그렇게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대사보다 목소리 톤과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내면 연기가 더 힘들었어요. 비록 잠시지만 재소자가 되어보니 작은 것도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교토 출신인 그는 처음부터 배우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중학교 시절엔 육상선수로 지역체전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체육 특기생으로 고교에 입학한 뒤 우연한 기회에 잡지에 모델로 데뷔하면서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로커즈'를 시작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올해에만 6편의 영화와 2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선 올 3월 개봉한 '나나'에서 여주인공 하치(미야자키 아오이)가 좋아하는 베이스 연주자 다쿠미로 얼굴을 알렸다.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면서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어 보람을 느껴요. 선배 중에는 사나다 히로유키(下澤廣之.'무극' 등)를 존경합니다. 그렇게 뒷모습만으로도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주정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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