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상대 광고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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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맥도널드와 코카콜라.펩시콜라.켈로그.허쉬 등 미국의 10개 대형 식품회사들이 앞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뉴욕 타임스(NYT).AP.로이터 등이 15일 보도했다. 10개 기업 임원들은 14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정크푸드(지방 함량이 높은 인스턴트 식품) 광고를 하지 않는 한편, 슈렉 같은 할리우드 캐릭터를 활용해 온 광고도 자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또 앞으로 광고비의 절반가량을 헬스푸드와 운동 촉진 등 건강을 위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AP에 따르면 이들 10대 기업은 미국 TV 어린이 대상 광고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NYT는 이번 발표에 대해 "최근 어린이 비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 단체와 학부모.학계가 식품 업체들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광고를 집중적으로 비판해 왔다"며 기업들이 비판에 못이겨 한 결정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이날 발표된 새로운 가이드 라인에도 불구하고 비판론자들은 이들 기업이 오히려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며 정크푸드 광고는 "기업의 자율에 맡길 일이 아니라 입법을 추진해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가이드 라인이 기업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투성이라는 것이다.

건강 관련 시민단체인 공익과학센터의 마이클 제이콥슨 회장은 "이들이 홍보하겠다고 하는 헬스푸드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설탕 사용을 특별히 규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헬스푸드에 설탕을 넣은 시리얼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운동 촉진 캠페인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로널드 맥도널드(맥도널드의 상징 캐릭터)가 자전거를 타면서 정크푸드를 먹는 말도 안 되는 캠페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캐릭터를 이용한 광고만 중단할 뿐 자체 캐릭터를 사용한 광고는 지금처럼 계속된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소비자 단체인 커머셜 얼러트의 개리 러스킨 회장은 "이번 발표는 기업들이 자율로 광고를 자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선거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규제에 적극적이어서 입법화가 주목된다. 민주당의 톰 하킨스(아이오와주) 상원의원도 "이번 발표는 큰 진전"이라면서도 "업계의 변화를 지켜본 뒤 실질적인 개선이 없을 경우 규제 입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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