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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수 1위인데,의사 수 최하위권…OECD가 본 한국 보건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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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OECD 국가 중 한국인이 병원을 가장 자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사 수는 가장 적은 편이었다. 26일 보건복지부가 ‘OECD 보건통계 2022’를 주요 지표별로 분석한 결과다.

OECD 보건통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8개 회원국의 보건의료 현황 통계를 취합해 발표하는 자료로, 각국의 보건 수준을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는 자료로 사용한다. 이번 통계는 2020년 기준으로 취합해 지난 4일 OECD 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로고. AFP=연합뉴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로고. AFP=연합뉴스

병상은 평균의 3배인데 의사 수는 최하위권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병상·의료 장비 등 물적 자원은 풍족한 편에 속했다.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7개로 가장 많았다. OECD 평균(4.3개)의 3배 수준이다.

자기공명영상(MRI) 보유 대수는 인구 100만 명당 34.2대, 컴퓨터단층촬영(CT)은 인구 100만 명당 40.6대로 집계됐다. 모두 OECD 평균(MRI 18.3대, CT 29.1대)을 훌쩍 넘었다.

반면, 임상 의사와 간호(간호사·간호조무사) 인력은 적은 편이었다. 2020년 한의사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에 이어서 두 번째로 적었다. 간호 인력도 인구 1000명당 8.4명으로 OECD 평균(9.7명)보다 1.3명 적은 수준이었다.

'OECD 보건통계 2022'에 따르면, 2020년 우리 나라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이다.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서 두 번째로 적었다. 보건복지부

'OECD 보건통계 2022'에 따르면, 2020년 우리 나라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이다.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서 두 번째로 적었다. 보건복지부

“의료 자원은 민간에 맡겨 풍족, 의료 인력은 국가 제한으로 부족”

병상은 많고 의사는 적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신정우 박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는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병상 수급계획을 하고 지역별로 병상을 할당하는 나라들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많은 의료 자원이 민간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제한이 없는 편”이라면서 “반면, 의료 인력은 의사 정원부터 자격 부여까지 제한해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실제 우리나라 의학 계열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당 7.2명으로 일본(6.9명), 이스라엘(6.9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반면, 간호대학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당 42.4명으로 OECD 평균(31.4명)보다 많은 수치를 보였다. 신 박사는 “3교대 근무 등 간호사들이 말하는 현장 상황은 열악한 편”이라면서 “현장에 투입됐다가 보건소, 심평원, 보험공단, 그밖에 행정직 등으로 다른 활동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의사 소득 OECD 중 가장 많아

이번 조사에서는 의사와 간호사의 연간 소득 항목도 담겼다.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으로 의원이나 병원에 소속된 봉직의는 연간 19만 5463달러, 개원의는 연간 30만3000달러의 임금 소득을 기록했다. 봉직의·개원의 모두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간호사의 임금 소득은 연간 5만2766달러로 OECD 평균(5만 977달러)에 비해 다소 높았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OECD 가입 이후 매년 보건 통계를 제출하고 있는데, 의료인의 임금소득은 이번에 처음 제출하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의료인력정책과에서 건강보험, 국세청 소득 신고 등을 기반으로 소득을 산출하게 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외래 진료 1년에 14.7번…OECD 국가 중 1위

국민의 의료 이용률은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높았다.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평균(5.9회)의 2.5배 수준이다.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재원 일수는 19.1일로 OECD 국가 중 일본(28.3일) 다음으로 길었다. 신 박사는 “과잉 진료로도 볼 수 있겠지만, 회피가능사망률과 연결해서 본다면 의료 접근성·편리성이 높아 치료를 제때 잘 받은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피가능사망은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로 막을 수 있는 사망으로 그 수치가 낮을수록 의료 선진국으로 평가된다. 이번 통계에서 나타난 우리나라의 회피가능사망률은 2019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147명으로OECD 평균인 215.2명보다 훨씬 낮았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회피가능사망은 연평균 5%씩 꾸준히 감소했다. 양경진 보건복지부 정책통계담당관은 “예방과 치료로 사망을 줄여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지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자살사망률은 2009년부터 10년 간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우리나라의 자살사망률은 2009년부터 10년 간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기대수명 최장수 일본과 1.2년 차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조사됐다. OECD 국가(평균 80.5년) 중 상위권에 속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기대수명은 해당 연도에 태어난 아기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를 말한다. 기대수명이 가장 긴 일본(84.7년)과는 1.2년의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살사망률은 10년 새 감소 추세를 보였음에도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2019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사망률은 25.4명으로, 10년 전인 2009년 35.3명에 비해 낮아졌다. OECD 평균인 11.1명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0년 기준 15세 이상 인구 중 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비율은 15.9%로 OECD 평균(16.0%)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주류 소비량은 연간 7.9ℓ로 OECD 평균(8.4ℓ)보다 적었다. 흡연율과 주류 소비량 모두 10년 동안 감소 추세를 보였다. 과체중 및 비만 인구 비율은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적게 나타났지만,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0년 30.2%, 2015년 33.4%, 2020년 37.8%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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