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마라톤 대표팀의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사진)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하 아시안게임 마라톤은 12월 10일 오후 2시(현지시간)에 열린다. 한국 마라톤은 이번에 아시안게임 5연패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42.195㎞의 코스 자체가 '난관'이다. 순환형이 아니라 도하 중심지인 코니시 비치를 출발, 해변을 따라 2회 왕복하는 코스다. 같은 지점을 네 차례 지나야 한다.
카타르 수도 도하는 사막에 건설된 인구 40만 명의 작은 도시다. 면적 132㎢로 경기도 수원시(121㎢)보다 약간 크지만 도시가 해변을 따라 길쭉하게 형성돼 있어 순환형 마라톤 코스가 나오지 않는다. 도심을 벗어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 눈앞에 펼쳐진다.
"달리는 선수에게는 왕복코스도 지겨운데 같은 지점을 네 번 지나려면 고생깨나 하게 생겼습니다."
올 7월 현지 코스를 답사했던 황 감독은 "마치 운동장 트랙을 달리는 기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단조로운 코스와 함께 더위.모래바람과 싸워야 한다. 12월 10일이 겨울이라고 하지만 경기가 열리는 한낮에는 섭씨 30도를 웃돈다. 한국의 한여름과 같다. 또 겨울에는 바닷바람이 아니라 바다 쪽으로 강한 모래바람이 불어온다. 흙먼지가 날리면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가 되기도 한다.
언덕이 거의 없는 평탄한 코스이긴 하지만 이런 이유를 들어 황 감독은 스피드 싸움이 아니라 체력과 정신력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무리 스피드가 좋으면 뭘 합니까. 마라톤 생리상 힘이 떨어지면 앞으로 치고 나갈 수가 없는데…."
황 감독은 이번 마라톤이 한국(2명), 일본(2명), 카타르(1명) 선수의 5파전으로 내다봤다. 올 시즌 김이용(국민체육진흥공단)은 2시간11분대, 지영준(코오롱)은 12분대를 뛰었다. 일본 선수들은 2시간10분대, 카타르 선수는 9분대를 기록했다. 스피드가 뛰어난 일본과 카타르 선수를 잡기 위해 김이용과 지영준은 11월 말까지도 체력과 지구력 강화 훈련을 할 예정이다. 여름엔 대관령에서 훈련했고, 최근엔 중국 쿤밍(해발 1800m)으로 고지 훈련까지 다녀왔다.
황 감독은 "기록은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누가 현지 적응을 잘했고, 당일 베스트 컨디션으로 출발선에 서느냐가 우승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