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의 싸움 … 지루함을 이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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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국내외 마라톤대회에 여러 번 다녀봤지만 같은 코스를 네 번 달리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도하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마라톤 대표팀의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사진)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하 아시안게임 마라톤은 12월 10일 오후 2시(현지시간)에 열린다. 한국 마라톤은 이번에 아시안게임 5연패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42.195㎞의 코스 자체가 '난관'이다. 순환형이 아니라 도하 중심지인 코니시 비치를 출발, 해변을 따라 2회 왕복하는 코스다. 같은 지점을 네 차례 지나야 한다.

카타르 수도 도하는 사막에 건설된 인구 40만 명의 작은 도시다. 면적 132㎢로 경기도 수원시(121㎢)보다 약간 크지만 도시가 해변을 따라 길쭉하게 형성돼 있어 순환형 마라톤 코스가 나오지 않는다. 도심을 벗어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 눈앞에 펼쳐진다.

"달리는 선수에게는 왕복코스도 지겨운데 같은 지점을 네 번 지나려면 고생깨나 하게 생겼습니다."

올 7월 현지 코스를 답사했던 황 감독은 "마치 운동장 트랙을 달리는 기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단조로운 코스와 함께 더위.모래바람과 싸워야 한다. 12월 10일이 겨울이라고 하지만 경기가 열리는 한낮에는 섭씨 30도를 웃돈다. 한국의 한여름과 같다. 또 겨울에는 바닷바람이 아니라 바다 쪽으로 강한 모래바람이 불어온다. 흙먼지가 날리면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가 되기도 한다.

언덕이 거의 없는 평탄한 코스이긴 하지만 이런 이유를 들어 황 감독은 스피드 싸움이 아니라 체력과 정신력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무리 스피드가 좋으면 뭘 합니까. 마라톤 생리상 힘이 떨어지면 앞으로 치고 나갈 수가 없는데…."

황 감독은 이번 마라톤이 한국(2명), 일본(2명), 카타르(1명) 선수의 5파전으로 내다봤다. 올 시즌 김이용(국민체육진흥공단)은 2시간11분대, 지영준(코오롱)은 12분대를 뛰었다. 일본 선수들은 2시간10분대, 카타르 선수는 9분대를 기록했다. 스피드가 뛰어난 일본과 카타르 선수를 잡기 위해 김이용과 지영준은 11월 말까지도 체력과 지구력 강화 훈련을 할 예정이다. 여름엔 대관령에서 훈련했고, 최근엔 중국 쿤밍(해발 1800m)으로 고지 훈련까지 다녀왔다.

황 감독은 "기록은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누가 현지 적응을 잘했고, 당일 베스트 컨디션으로 출발선에 서느냐가 우승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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