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잘 보면 더 바랄게 없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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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불안하고 초조한 수험생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시 황금동 KS택시㈜의 김인남(55.사진) 대표는 10년 째 수능 수험생들의 발 노릇을 하고 있다. 그는 시험일인 16일 자신의 회사 택시 86대를 전부 동원해 150여 명의 고교 3학년 학생을 집에서 고사장까지 돈을 받지 않고 데려다 준다. 택시 기사들은 회사에서 준비한 '행운의 엿'을 수험생들에게 전달하면서 격려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회사 설립 첫 해인 1997년 '수험생 무료로 태워주기'를 시작했다. 대상은 동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소년.소녀가장이나 보훈 대상자 자녀로 정했다. 오전 7시 기사가 수험생 집 앞으로 가서 고사장 방향이 비슷한 학생 두 명을 태워 주는 식이다.

"중요한 시험을 치르는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침부터 택시를 잡지 못해 애를 먹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그는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수험생 수송에 나서 지금까지 1500여 명을 무료로 태워줬다. 특히 대구에서 한 대 밖에 없는 이 회사의 장애인 수송용 택시는 인기다. 휠체어를 통째로 들어 올리는 리프트가 있어 장애 학생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는 두 명의 장애학생이 이 차량을 예약했다.

학생 무료 수송에 드는 비용은 100만원 정도. 김 대표는 "회사 사정이 어렵긴 하지만 보람이 금전적인 손해를 넘어선다"며 "우리 회사 택시를 이용한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 출신인 그는 22년 동안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하다 이사로 퇴직한 뒤 이 회사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한복 입기 운동'의 취지에 공감, 설이나 추석 때 한복 입은 승객은 무료로 태워준다. 장애인 승객에게는 요금의 반을 할인해 주고 있다.

글=대구 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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