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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조업 재개 속 ‘불법파업 이끈 지도부’ 본격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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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유최안 부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사 교섭이 타결된 22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한 달 여 간의 농성을 풀고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유최안 부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사 교섭이 타결된 22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한 달 여 간의 농성을 풀고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송봉근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불법 점거 파업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경찰이 노조 지도부의 공모 여부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파업으로 선박 건조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진 대우조선은 앞으로 2주간의 휴가 기간 동안 특근 인력을 투입, 생산 정상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소속 조합원 9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파업 와중인 지난달 22일부터 31일간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1번 독(dock·선박건조장)를 불법 점검해 선박 건조 작업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를 받고 있다. 실제 1번 독에선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이 건조 중이었다.

경찰은 9명 중 유최안 부지회장 등 7명의 경우 ‘1번 독 불법 점거’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경찰은 불법 점거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적극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김형수 지회장 등 노조 지도부 2명에 대한 공모 여부를 명확히 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공권력’ 말나온 날, 시너통 추가로 반입돼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20일 대우조선 원청 노동자와 협력사 대표들이 ‘파업 중단’ 맞불 집회를 열었다. 송봉근 기자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20일 대우조선 원청 노동자와 협력사 대표들이 ‘파업 중단’ 맞불 집회를 열었다. 송봉근 기자

경찰은 1번 독 불법 점거과정에서 하청지회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을 일부 파악했다. 정부의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나온 19일 농성장에 갑자기 15L짜리 시너통 5개가 추가로 반입된 것이다. 당시 유 부지회장은 점거현장 내 1㎥(0.3평) 크기의 철제 구조물 안에 들어가 농성 중이었는데, 이미 시너가 든 1.8L 2통을 갖고 있었다. 경찰은 지도부 개입으로 시너가 추가 반입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하청지회 지도부는 파업에 참여한 약 120명의 조합원 중 농성에 가담하지 않은 나머지 100여명의 조합원을 1번 독 게이트 부근에 돌아가며 배치, 다른 조선소 노동자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사용자 측이 고소한 하청지회 조합원의 여타 작업 방해 행위와 욕설·폭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청지회 1번 독 점거 당일(6월 22일) 김 지회장이 조합원 약 20명과 함께 대우조선의 한 건물을 찾아 욕설과 함께 ‘불 지르겠다’며 협박한 내용도 회사 측 고소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지난 22일 김 지회장 등 파업을 주도한 9명에 대해 신청한 체포영장은 파업 타결과 함께 법원에서 기각됐다. 하지만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됐다. 경찰은 추가 증거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모 여부를 포함한 여러 혐의를 증거를 통해 명확히 할 방침”이라며 “점거 농성을 한 조합원들은 병원 치료 경과를 보며 순차적으로 소환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원청노조 책임론 불거져 … 탈퇴 투표 진행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장기 파업이 노·사간 협상으로 일단락됐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노-노 갈등’ 등 여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우조선 원청 노조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내부에서는 이번 파업 과정에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제역할을 못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져 나왔다. 이에 지난 21~22일 동안 금속노조 탈퇴를 묻는 찬반 투표가 진행됐다. 하지만 22일 개표 과정에서 부정투표 의혹이 제기되면서 개표 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대우조선지회는 법원 판단 및 지회 내부 논의를 거쳐 재개표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우선 투표함은 경찰에 보관 중”이라며 “재개표 여부와 관련해 금속노조 경남지부 변호사들과 상의해 어떤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51일간의 장기 파업 과정에서 대우조선 원청노조(대우조선지회)와 하청노조(거통고 하청지회)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1번 독 불법 점거로 조선소 선박 공정이 순차적으로 마비되면서 원청에 수천억 원대 손해가 발생했고, 일하려는 원청 노동자와 이를 막는 하청노조 조합원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청 노사 간에도 향후 해결해야 할 민감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이번 파업 관련 손해배상 청구와 폐업 협력업체 소속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한 고용 승계 문제가 명확하게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청 노사는 이 문제들도 계속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파업으로 선박 건조에 차질이 생겼던 대우조선은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2주간 휴가 기간 조선소 생산의 정상화를 시도한다. 대우조선은 파업 종료 이틀째인 24일 일부 직원들이 출근해 2번 독 선박 진수와 1번 독 선박 건조 재개 작업을 진행했다.

장기간의 파업 과정에서 옥포조선소 내 다른 선박 공정들이 줄줄이 밀린 상태다. 휴가(7월 25일~8월 7일) 중에도 1번 독을 계속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앞서 1번 독에서 건조 중이던 초대형 원유 운반선 3척 중 잔여 공정만 남은 한 척은 파업이 끝난 다음 날인 23일 곧바로 독에서 빼내고, 후속 선박 건조 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다음 주중 휴가 중에도 직원의 80%, 협력업체 직원들도 100% 근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서둘러 조선소 생산 공정을 정상화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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