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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해 키워드 30] <녹색 성장> 시진핑의 ‘2060 탄소중립’ 성공 조건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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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 전까지 탄소 중립을 실천하겠다.

지난해 9월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은 대담한 것이었다. 중국이 ‘206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한다면 일찍이 탄소 에너지로 산업화를 이룩한 유럽에 비해 70년, 미국보다 40년 빠른 셈이다. 시 주석은 “해외에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신규로 건설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곧바로 다음날 중국 칭화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탄소중립연구소를 설립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월엔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잇따라 공업 녹색성장 추진정책을 발표했다. 철강, 코크스, 석유화학 등 분야에서 100개 기업을 선정해 청정생산 개조 공정을 구축하고 이를 위해 인민은행이 지원 조직을 만들어 금융 지원을 한다는 등 내용이다. 연말엔 국가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국영기업들에 통지문을 보내 2025년까지 2020년에 비해 생산 규모 1만 위안(약 194만원) 당 에너지 소비 15%, 탄소 배출 18%씩 감축하라고 압박했다.

탄소중립

탄소중립

이렇듯 중국의 ‘녹색공정’은 정부 주도 아래 거대하고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제시한 ‘9대 전략적 신흥산업 및 세부분야’를 보면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산업이 첫 번째로 제시돼 있다. 또 태양광·풍력 등 신에너지가 다섯 번째, 신에너지 자동차가 일곱 번째에 올라 있다. 실제 중국의 풍력 설비 용량은 전 세계의 34%, 태양광은 35%라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세계 태양광 업계 상위 10위 중 중국 업체가 8개다. 시 주석이 큰소리를 칠 만한 배경이다. 이런 인프라를 통해 중국 에너지 총생산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0% 미만에서 2025년 16.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금융 지원도 전폭적이다. 녹색 신용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15억 9000만위안(약 3085억원)으로 세계 1위였다. 중국 증시 A주에 상장된 녹색기업 67곳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379억 위안(약 7조3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지난해 녹색기업들이 발행한 235건의 녹색기업 채권(명칭에 ‘녹색’을 포함한 채권) 규모는 총 1357억 위안(약 26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녹색보험, 보험자금의 녹색산업 투자 역시 꾸준히 증가 중이다.

신에너지 [사진 셔터스톡]

신에너지 [사진 셔터스톡]

정부의 적극적인 추동에 민간도 호응하고 있다. 세계 1위를 달리는 디스플레이 부문은 스크린의 전력 소모가 30% 이상 절감되는 신형 디스플레이 기술들을 개발했다. 또 세계 최대인 42인치 흑백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를 출시했는데 태양전지판이나 배터리 패널과 함께 사용할 수 있고 화면 전환 때만 전력이 소모되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포장산업의 60%를 차지하는 식품 포장업계는 지난해 말 ‘알루미늄 호일 제로, 저탄소 멸균 종이’ 포장재를 출시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탄소발자국(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 감소율이 41.8%에 이른다.

중국의 대규모 녹색공정 배경엔 중국이 가진 위상과 현실의 괴리가 자리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세계는 중국과 미국을 ‘G2’라 부르기 시작했다. 미국과 함께 국제질서를 형성하고 이끌어야 할 주도국의 위상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에 있어선 서구 선진국들과 달리 개발도상국을 자처해야 했다.

베이징의 한 공장에서 오염 물질이 배출되고 있는 모습 [출처 셔터스톡]

베이징의 한 공장에서 오염 물질이 배출되고 있는 모습 [출처 셔터스톡]

여전히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1위다. 핀란드 환경연구소 CREA에 따르면 세계 최대 탄소 배출 업체인 바오우철강은 2020년 파키스탄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같은 해 석유화공그룹은 캐나다보다 지구온난화에 더 크게 기여했다.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의 56%를 여전히 석탄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다가 생긴 불명예다. 중국이 현재 국제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의제를 주도하기 위해선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올가을 결정되는 시 주석의 3연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노력이 곧바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중국 전역에서 산업용 전기 송전이 제한되는 전력 대란을 겪었다. 그 원인으로 세계적 원자재난 속에서 석탄 공급 부족이 빚어진 데다 중국 당국의 경직된 ‘운동식’ 탄소 배출 저감 정책이 지적됐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지난해 석탄 생산량은 40억7000만t으로 전년 대비 4.7%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에너지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은 석탄과 천연가스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석탄을 통한 발전량을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높은 석탄 의존도라는 내부요인과, 에너지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외부 요인이 중국 녹색공정에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시 주석의 ‘2060 탄소중립’ 드라이브는 이런 구조적 한계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가 뚝심과 지혜를 발휘해 빠르게 에너지와 산업 구조조정에 성공한다면 한국이 중국발 미세먼지에서 해방될 날도 가까워질 것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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