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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 4000원”에 뿔난 소비자들, 마트·편의점으로 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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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열린 '당당치킨' 할인 행사 현장 모습. [사진 홈플러스]

지난 16일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열린 '당당치킨' 할인 행사 현장 모습. [사진 홈플러스]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김모씨는 최근 치킨 한 마리를 배달시키려다 깜짝 놀랐다. 배달비가 4000원으로 올라서다.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1만6000원)에 배달비를 더하니 2만원을 내야 했다. 부담을 느낀 김씨는 대신 집 근처 편의점에 가서 맥주와 안주를 사 왔다.

이처럼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배달비를 인상하자 편의점이나 마트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제품 가격 자체가 오른 데다 배달비까지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유통 업체들도 이런 수요를 노린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 내놓고 있다.

마트 6990원짜리 치킨 사려 줄 서기도 

우선 대형마트에선 배달 음식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30일부터 6990원짜리 ‘당당치킨’을 팔기 시작해 18일 만에 16만4350마리가 팔렸다고 20일 밝혔다. 이태연 홈플러스 델리사업팀 바이어는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배달앱 대신 마트·편의점에서 배달 주문을 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기왕 배달비를 부담할 거라면 장보기와 음식 배달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심리로 풀이된다. GS리테일은 최근 한 달간(6월 21일~7월 18일) 배달 주문 건수가 역대 최고치인 전년 동기 대비 430%, 전월 동기 대비 212% 각각 신장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GS25에서 주로 구매한 상품은 쏜살치킨(1만1000원), 햇반, 참치마요, 삼각김밥 등이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배달 음식 대신 편의점서 안주 구매 

아예 제품을 직접 픽업하는 이도 늘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고객이 직접 상품을 찾아가는 서비스 ‘픽업25’가 전년 동기 대비 696%로 크게 늘었다. 고객이 방문을 희망하는 점포와 원하는 상품, 시간대를 결정해 찾아가기 때문에 배송비가 들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CU BGF사옥점에서 고객이 배달비를 아낄 수 있는 픽업 서비스인 ‘'편픽' 서비스로 구매한 상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CU]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CU BGF사옥점에서 고객이 배달비를 아낄 수 있는 픽업 서비스인 ‘'편픽' 서비스로 구매한 상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CU]

편의점 CU에서도 픽업 서비스인 ‘편픽(PICK)’ 이용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5.8배 뛰었다. 오후 6~11시 퇴근부터 야식 시간대에 이용객이 가장 몰렸다. 주요 구매 품목은 맥주·소주·와인 등 주류와 컵얼음, 탄산음료, 스낵, 냉장안주, 디저트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유입된 고객을 붙드는 노력도 이어진다. 이마트24는 월 2000~6000원의 구독료를 내고 도시락·삼각김밥 등 간편 먹거리 상품 20개를 한 달 동안 반값에 구입할 수 있는 ‘할인구독서비스 반값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달엔 전월 대비 62%, 이달 1~20일에는 전월 대비 133% 늘어나는 등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24측은 “그동안 20~30대(48%) 이용객이 가장 많았는데 이달 들어 40대 고객층 비중이 34%로 증가했다”며 “식비에 대한 부담을 느낀 직장인들이 구독서비스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여러 집이 함께 시키는 서비스도

집에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를 선택하는 이들도 늘었다. hy(옛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밀키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신장했다. 주고객층은 40~50대(60.2%)지만 20~30대 구매 비율도 26.1%에서 30.1%로 늘었다. 주말 식사를 위해 목요일(21.9%)과 수요일(20.9%) 주문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이지은 hy 플랫폼CM팀장은 “(밀키트가) 편의성·경제성을 강점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당근마켓, 동네생활 '같이사요' 오픈. [연합뉴스]

당근마켓, 동네생활 '같이사요' 오픈. [연합뉴스]

배달비를 아낄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당근마켓은 최대 네 집이 함께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같이사요’ 서비스를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서 19일 시작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배달비 급등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서 그 빈틈을 파고드는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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