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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방역’ 지휘관, 타이베이 시장 놓고 장제스 증손과 빅매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민진당 연례 당대회에서 차이잉원(왼쪽 세번째) 총통이 천스중(왼쪽 두번째) 타이베이 시장 후보 등 오는 11월 26일 대만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민진당 연례 당대회에서 차이잉원(왼쪽 세번째) 총통이 천스중(왼쪽 두번째) 타이베이 시장 후보 등 오는 11월 26일 대만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T-방역’의 지휘관이었던 천스중(陳時中·69) 위생복리부장(보건장관)이 타이베이 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18일 퇴임했다. 천스중 전 장관은 이날 이임사에서 “타이베이 시장 후보자로서 모두에게 한 표를 부탁드린다”며 본격적인 선거전을 시작했다.

민진당 천스중 24.2% 국민당 장완안 23.9% 박빙 #차이잉원 총통 지지도 전달보다 5.7% 오른 53%

이로써 오는 11월 26일 치러질 대만 지방선거의 최대 빅매치인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천 전 장관과 장제스(蔣介石, 1887~1975) 초대 총통의 증손인 40대 정치인 장완안(蔣萬安·44) 현 입법위원(국회의원)이 맞붙게 됐다. 야당인 중국국민당 소속 장완안은 지난 5월 25일 일찌감치 타이베이 시장 후보로 지명됐다. 여기에 재선 타이베이 시장인 커원저(柯文哲·63)가 지지하는 황산산(黃珊珊·53) 현 부시장의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이번 선거는 삼파전이 될 전망이다.

천스중(가운데) 대만 전 위생복리부장(보건장관)이 18일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손을 흔들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천스중 페이스북]

천스중(가운데) 대만 전 위생복리부장(보건장관)이 18일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손을 흔들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천스중 페이스북]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진당은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한 천 전 장관을 앞세워 집권 2기 중간평가인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오는 2024년 총통 선거에서도 집권을 이어가겠다는 셈법이다.

천 전 장관은 18일 퇴임하면서 자신이 겸임했던 코로나방역센터 지휘관 직함을 쉐루이위안(薛瑞元) 신임 위생복리부 장관이 아닌 왕비성(王必勝·왕필승) 전 위생복리부 차관에게 넘겼다. 이는 방역 단계의 완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신임 왕비성 방역 지휘관은 “온건한 개방”을 향후 대만 방역의 목표로 내세웠다. 이날 이·취임식에서 방역센터 직원들은 지난 911일 동안 하루도 휴일 없이 일한 천스중 전 장관에게 열렬한 박수로 경의를 표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보도했다.

몇차례 위기에도 코로나19 과학 방역을 견지한 것으로 평가받는 대만은 18일까지 누적 확진자 425만1352명(인구 대비 18.33%)과 누적 사망자 7371명을 기록했다. 한국의 누적 확진자 1878만8056명(36.4%), 사망자 2만4753명보다 훨씬 적은 수치다.

장완안 중국국민당 타이베이 시장 후보가 18일 타이베이 스린(士林)구를 찾아 자신의 이미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완안 페이스북]

장완안 중국국민당 타이베이 시장 후보가 18일 타이베이 스린(士林)구를 찾아 자신의 이미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완안 페이스북]

천스중의 대항마로 국민당이 내세운 장완안은 대만의 국부로 불리는 장제스의 증손이자, 장징궈(蔣經國) 2대 총통의 사생아인 장샤오옌(蔣孝巖) 전 국민당 부주석의 아들이다. 지난 1996년부터 97년까지 대만 외교부장을 역임한 장샤오옌은 입법위원이던 지난 1993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 취임식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장완안 위원이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될 경우, 4년 전 민진당 텃밭이던 가오슝(高雄) 시장에 당선되며 2020년 총통 선거까지 출마했던 한궈위(韓國兪·65)의 뒤를 잇는 국민당의 차기 유력 총통 후보로 부상할 전망이다.

집권 민진당은 지난 2018년 대만 지방선거에서 기존 6석을 훌쩍 넘는 15석을 석권한 국민당에 참패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2019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와 경찰 진압을 목격한 대만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팽배해지면서 차이잉원 총통은 역대 최다 득표 차로 재선에 성공하며 기사회생했다.

19일 여론 조사기관인 대만민의기금회의에 따르면 천스중 장관의 타이베이 시장 출마에 ‘지지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40.2%로 지지( 37.6%)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타이베이 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천스중 19%, 장완안 17.2%로 미세한 우세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진당이 34.2%로 1위, 중국국민당과 대만민중당이 각각 14.9%로 동률을 이뤘다. 차이잉원 총통의 업무 지지도는 53%로 전달보다 5.7%P 상승했다. 부정적인 반응은 35.7%로 6.8%P 감소했다. 대만 민의기금회는 차이 총통의 지지도 상승 원인으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암살 직후인 7월 11일 차이 총통의 조기 게양 조치가 일본에 우호적인 대만인의 긍정적인 평가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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