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삼 팔면서 왜 필카 얹어줄까..."대세는 세대 아닌 태그니티"

중앙일보

입력

편의점 GS25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이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주도해 신상품을 출시하는 '갓생기획-신상기획팀'(갓생기획) 프로젝트를 했다. [사진 GS리테일]

편의점 GS25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이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주도해 신상품을 출시하는 '갓생기획-신상기획팀'(갓생기획) 프로젝트를 했다. [사진 GS리테일]

지난 15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미숫가루를 넣은 아이스크림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할매니얼(할머니 취향을 선호하는 레트로 열풍)’ 입맛을 저격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 13일 SPC그룹의 던킨은 닭다리 모양의 도넛을 출시했다. 이번에는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 중심의 ‘펀슈머(Fun+Consumer,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MZ 겨냥한 신조어 시도 이어져

유통업계가 신제품을 내놓으며 신조어나 트렌드 용어를 꼬리표처럼 덧붙이는 게 일상화되고 있다. MZ세대를 겨냥한 용어가 대부분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뿐 아니라 MZ세대의 트렌드에 관심이 있는 다른 세대에게 브랜드를 쉽게 각인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처음부터 철저한 트렌드 분석을 기반으로 이색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도 많다. KGC인삼공사는 이달 13일 필름카메라가 포함된 홍삼제품 세트를, 하이트진로는 14일 맥주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게임 의자와 맥주향을 연상시키는 입욕제를 내놓았다.

KGC인삼공사 측은 인스타그램에 ‘필름카메라’를 검색하면 해시태그 건수가 260만 개를 넘어서는 등 레트로 열풍에 주목했다. 필름카메라에 매력을 느끼는 MZ세대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신상품 에디션을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김민주 KGC인삼공사 브랜드실장은 “건강 관리에 힘쓰는 MZ세대가 개성 있게 홍삼을 즐길 수 있도록 레트로 감성을 접목했다”고 했다.

KGC인삼공사가 여름 여행을 준비 중인 MZ세대를 겨냥해 내놓았다는 ‘홍삼정 에브리타임밸런스 찰칵에디션’ 구성품 일부. [사진 KGC인삼공사]

KGC인삼공사가 여름 여행을 준비 중인 MZ세대를 겨냥해 내놓았다는 ‘홍삼정 에브리타임밸런스 찰칵에디션’ 구성품 일부. [사진 KGC인삼공사]

하이트진로도 2030세대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시도임을 강조한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이종업계 간 협업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했다.

MZ세대를 겨냥한 팝업스토어 등 공간과 브랜드 경험을 연결시키는 ‘스페이스(공간) 마케팅’도 강화되는 추세다. GS25는 앞서 서울 성수동에 갓생기획실 팝업스토어를 선보여 호평 받은 데 이어 15일엔 하이네켄과 슈퍼말차 브랜드와 협업한 팝업스토어를 내놓았다. GS리테일 측은 “MZ세대만의 취향 소비, 오픈런 현상으로 대표되는 최신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앤푸드가 운영하는 오븐요리 프랜차이즈 굽네도 15~28일 서울 상수역에 ‘바사삭 유니버스 팝업스토어’를 연다. 지앤푸드 측은 치킨 업계에서 처음으로 ‘바사삭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도입했다며,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와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굽네 ‘바사삭 유니버스 팝업스토어’ 외부 이미지. [사진 지앤푸드]

굽네 ‘바사삭 유니버스 팝업스토어’ 외부 이미지. [사진 지앤푸드]

덤벨경제에 관련 식품 시장 4배 증가   

이같은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관련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도 가져온다. 건강과 체력 관리를 위한 지출이 증가하는 이른바 ‘덤벨경제’가 대표적이다.

아령의 일종인 덤벨에서 따온 이 이름의 트렌드가 코로나19 장기화가 기폭제가 돼 MZ세대 등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면서 기업들이 닭가슴살·음료·바·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함유 식품을 쏟아내면서 단백질 식품 시장 규모를 키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aTFIS)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식품 시장 규모는 2018년 813억원에서 지난해 3364억원으로 4배 이상으로 커졌다.

[자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aTFIS)]

[자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aTFIS)]

그러나 이같은 세대론에 기반한 트렌드 분석보다 ‘태그니티(TAGnity)’ 측면에서 소비자들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태그니티란 해시태그의 ‘태그’와 공동체의 ‘커뮤니티’를 합성한 말로, 소셜미디어(SNS) 혹은 플랫폼 상의 태그로 개개인의 취향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결된 취향 공동체를 뜻한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과거 X세대라고 불렸던 40대의 경우 X세대 특성뿐 아니라 40대라는 나이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이 있는 것처럼 연령, 세대, 트렌드 효과는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MZ세대 등 세대론을 중심으로 한 트렌드 용어가 퍼지다보면 (복합적인 면을 반영하지 못하는) 코호트(동일집단) 효과가 강해지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나이와 상관 없이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이는 ‘태그니티’가 큰 흐름인 만큼 나이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