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Q: 온실가스 줄이면 우리나라 경제 어떤 영향 받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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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사실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협약은 이미 맺어진 게 있어요. 틴틴 여러분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교토의정서'라는 거예요. 일본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바로 이 교토의정서 때문이에요. 교토의정서는 미국.일본.유럽연합(EU) 각국 등 선진 38개국이 모여서 "2008~2012년엔 매년 온실가스를 이만큼만 배출하자"고 맺은 하나의 약속이에요. 나라마다 1990년도 배출량을 기준으로 적절한 목표를 세우고, 그걸 지키기로 했어요. 못 지키면 벌금을 내야 해요. 목표치는 나라마다 다 달라요. 일본은 1990년보다 6% 덜 내뿜기로 했고, 미국은 7%를 줄이기로 했어요.

그런데 일본이 지금 난리예요. 97년엔 자신있게 "6%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지금 와 보니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답니다. 일본은 그간 매년 10조원 정도를 들여 온실가스를 덜 뿜는 기술을 개발해 산업 시설에 적용시켰지만, 그 정도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합니다. 2008년에 일본은 11억8800만t까지만 온실가스를 뿜을 수 있는데, 이대로라면 13억1100만t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약속보다 1억2300만t이 초과되는 것이죠. 목표치를 지키지 못하면 1t이 초과될때마다 약 12만원(100유로)의 벌금을 붙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일본은 이중으로 돈을 부담하게 됐습니다.지금까지 온실가스 줄이기에 수십조원을 쏟아붓고도 2008년부터는 한 해 15조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할 판이에요.

다급해진 일본은 휘발유 등에 '환경세'를 붙이는 것도 검토하고 있어요. 세금을 붙여 기름값을 올리면 사람들이 기름을 덜 쓸 테니 그만큼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당장 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답니다. 환경세 때문에 불어나는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거예요. 지금 일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판국이에요.

1990년보다 7%를 줄이겠다고 했던 미국은 이런 문제점들을 일본보다 한발 빨리 알아차리고 2001년에 "교토의정서를 지키지 않겠다"며 발을 뺏습니다. 반면 영국과 독일은 교토의정서의 감축 목표를 거의 달성했어요. 교토의정서에서 영국은 온실가스를 1990년보다 12.5%, 독일은 21% 줄이기로 했어요.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줄이는데도 해낸 거지요. 사실 영국이나 독일은 온실가스 줄이기가 아주 쉬운 나라예요. 독일은 옛동독의 낡은 설비만 좀 고쳐도 온실가스를 20% 줄일 수 있어요. 영국은 자기네 바다인 북해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활용하면 돼요. 천연가스는 태워도 온실가스가 별로 나오지 않아 석탄 때던 것을 천연가스로 바꿔주기만 하면 만사 OK예요. 실제 미국의 ICCF라는 연구기관이 계산을 해 봤더니 영국이나 독일은 온실가스 1t을 줄이는데 200달러 정도가 들고, 미국은 350달러, 일본은 600달러가 든다고 합니다.

교토의정서가 맺어진 97년엔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일단 2008~2012년에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할 나라에서 빠졌어요. 하지만 2013년부터는 우리나라도 감축 대상 국가가 될 공산이 커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데다 온실가스 배출도 세계 10위 정도인데 그런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들이 봐주겠어요. 문제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온실가스 줄이기가 몹시 힘들다는 겁니다. 일본이 온실가스 1t을 줄이는데 600달러가 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500~550달러가 든다고 해요. 그러니 2013년부터 온실가스를 왕창 줄여야 하는 의무를 안게 되면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오게 돼요. 당장 발전량을 30%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렇게 되면 여름에 에어컨을 제대로 못 켜는 것은 물론, 전기 공급을 제한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어요. 공장이 제대로 가동이 안 되는 일을 상상해 보세요.

바로 지금 이 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우리나라를 온실가스 감축대상국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 나이로비에 있는 우리 대표단은 경제를 생각해 일단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는 것을 피하고, 어쩔 수 없이 의무를 지더라도 경제에 부담이 없도록 하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틴틴 여러분, 우리 대표단에 응원의 박수 한번 보내면 어떨까요.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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