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SNS 팔로우하라" 전화돌린 경찰청…해명은 "관행"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경찰청이 최근 일부 시·도 경찰청 측에 윤석열 대통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의 팔로우(친구 추가)를 요청했다. 경찰청은 국가기관으로서 관행처럼 해오던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경찰 내부에선 최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발 분위기와 맞물려 이를 탐탁지 않게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尹 SNS 팔로우하라” 전화한 경찰청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 허브에서 열린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경찰청 대변인실은 일부 시·도 경찰청 홍보라인에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 SNS를 팔로우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팔로워가 수만 명에 이르고 관리가 활발해 SNS상에서 영향력이 꽤 있는 시·도청 3곳이 그 대상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경찰청의 전화를 받은 일부 지방청은 윤 대통령 인스타그램 등을 팔로우했다. 한 지방청 관계자는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윤 대통령의 SNS가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본청이 설명하는 취지에 공감해 팔로우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인스타그램이 대통령 개인 계정이 아니라 정부 공식 계정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청은 “정책 홍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윤 대통령의 SNS를 팔로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책 홍보’라는 경찰청 측의 설명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경찰관이 적지 않다. 경찰청이 팔로우를 요구한 윤 대통령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sukyeol.yoon(석열.윤)’으로, 이름을 영어로 풀어쓴 것이다. 소개 사진도 윤 대통령의 얼굴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만들어진 해당 계정엔 윤 대통령의 유년 시절 과거 사진이나 일상 사진 등도 올라와 있다. 한 지방경찰청의 간부급 인사는 “대통령실 명의도 아니고 개인 명의의 SNS를 경찰이 팔로우한다면 정치적 오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강제성 없었고 단순 요청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인스타그램.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경찰청은 강제성 없는 권유라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정부 국정과제나 대통령 메시지를 따라갈 필요성이 있어 이 같은 요청을 일부 시·도청에 한 것”이라며 “단순 요청이었을 뿐이지 강제성 있는 지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치적 이해를 떠나 국가 기관은 정부 기조를 맞춰가야 한다”며 “각 시·도청이 대통령실 국정 기조를 맞춰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면서다. 지난 정부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했던 경찰청은 현재 이를 끊은 상태다.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인스타그램에 올린 정책 관련 메시지는 2017년 11월16일 “정부는 종합적인 상황 판단 끝에 수능 연기를 결정했습니다”라는 말 정도였다.

경찰 내부에서는 말이 엇갈린다. 일선서 경찰 관계자는 “최근 경찰국 이슈가 있어 조직이 혼란스러울 때 대통령 SNS를 팔로우하라고 한다면 지시가 아니라고 해도 의도를 고민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간부급 경찰관도 “청와대와 같은 공식 기관도 아니고 대통령 개인 SNS를 팔로우하라고 하면 시기도 시기인지라 대통령 눈치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반면 한 지방청 관계자는 “SNS 명의만 개인 이름이지 사실상 정부 공식 SNS로 볼 수 있지 않나. 문제가 될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기준 윤 대통령의 인스타그램은 경찰청과 한 지방청이 팔로우하고 있다. 이날 취재가 시작되자 “무슨 이유로 윤 대통령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답한 한 지방청은 윤 대통령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끊었다. 또 다른 지방청 측은 “본청 전화를 받고 어떤 결정을 할지 내부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