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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갈 것 같지 않아서…” 곳곳서 쓱~ 우회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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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12일 대전의 한 거리에서 경찰이 횡단보도를 지나는 운전자를 계도하고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모든 운전자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 정지해야 한다. [뉴스1]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12일 대전의 한 거리에서 경찰이 횡단보도를 지나는 운전자를 계도하고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모든 운전자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 정지해야 한다. [뉴스1]

“법 시행이 오늘부터였어요? 몰랐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이화사거리 교차로에서 서울사범대부설초등학교 쪽으로 우회전하려던 60대 남성 A씨가 멋쩍게 웃으면서 교통경찰에게 한 말이다. A씨는 “사람이 건널 것 같지 않아 평상시처럼 (우회전) 하려 했다”고 말했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 서울 곳곳에선 운전자들이 법규를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어졌다. 이날 이화사거리 쪽 횡단보도에선 차량을 일시 정지하지 않고 우회전하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한 운전자들이 다수 있었다. 교통경찰은 운전자들에게 “오늘부터 법이 바뀌어 횡단보도에서 우회전할 땐 반드시 잠시 멈춰야 한다”고 말한 뒤 안내 팸플릿을 건넸다.

지난 1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12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법규에 따라 모든 차량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할 때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 기존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만 차량 일시 정지 의무가 있었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있는 무(無)신호 횡단보도에선 보행자 여부와 상관없이 차량 운전자는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 위반 시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 및 벌점 10점이 부과되고, 보험료 또한 오르게 된다.

경찰은 이날부터 한 달간 계도·단속 등 특별교통안전 활동을 진행한다. 12일 계도 현장에 나온 교통경찰은 범칙금 등을 부과하지 않고, 바뀐 법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계도기간 이후에는 연중 상시 단속 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차량 우회전 시 일시 정지에 따라 정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있다. 직장인 현모씨는 “보행자들이 삼삼오오 몰려와 우회전을 못 하고 앞차가 멈춰 있으면 뒤에 있는 다른 차들은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이 출·퇴근 시간대 있으면 정체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정법 조항 중 ‘보행자가 건너려고 할 때’를 실제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택시기사 서모씨는 “횡단보도에 서 있는 사람이 길을 건너려는 사람인지, 택시를 타려는 사람인지 알아채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발을 디디려고 하는 경우 ▶손을 들어 횡단 의사표시 하는 경우 ▶횡단보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뛰어올 경우 등이 법상 일시 정지 의무가 생기는 상황이다.

횡단보도 보행자들은 거친 운전 행태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이화사거리를 지나던 김모씨는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차량이) 우회전하는 경우를 그간 많이 봐 왔었다”며 “보행자 입장에선 안전 보장이 되기 때문에 긍정적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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